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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지었다 큰일날라"…10대 건설사 4곳 1분기 수주액 '제로'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4.26 08:06 수정 2023.04.26 08:09
[땅집고] 국내 10대 건설사의 2023년 1분기 도시정비사업 부문 수주액 및 전년 동기 실적 비교. /이지은 기자


[땅집고] 올해 1분기 국내 10대 건설사 중 4곳의 수주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아파트 분양 성적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미분양이 쌓이고 치솟는 공사비 부담에 수주를 아예 포기한 건설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10대 건설사 중 4곳, 1분기 수주액 ‘제로’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 중 4곳이 올해 1분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마수걸이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다.

업계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미분양이 대량으로 발생하자, 건설사마다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수주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군다나 건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폭등으로 아파트를 지어봤자 건설사 마진율이 크게 떨어지는 점 또한 수주를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땅집고] 올해 1분기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아직 수주하지 못한 4개 건설사의 2022년 주택사업 비율 및 전년 대비 영업이익 하락폭. /이지은 기자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주를 한 건도 못한 건설사 4곳은 사업부문에서 주택건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대부분 지난해 영업이익이 폭락한 업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48.15%로 절반 수준인데, 지난해 영업이익이 1164억원으로 전년 보다 68% 하락했다. 아파트·오피스텔·주상복합 매출이 60.47%을 차지하는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 영업이익(1163억원)이 전년대비 57% 줄어 반토막났고, 주택건설에 56.5%를 할애하고 있는 롯데건설 역시 같은 기간 벌어들인 현금이 16% 감소했다.

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삼성물산 4곳은 올해 1분기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따내긴 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수주액이 많게는 반 이상 줄었다. ▲현대건설 1조6638억원→8094억원(-51%) ▲GS건설 1조8191억원→1조1156억원(-39%) ▲DL이앤씨 8627억원→4762억원(-45%) ▲삼성물산 8172억원→3753억원(-54%)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이앤씨(4202억원→1조3827억원)와 SK에코플랜트(2100억원→3650억원)는 전년 대비 수주액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사업 부문 중 주택이 큰 비중을 차지해 수주액을 전략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던 반면, 당사는 일찌감치 환경·에너지 분야로 업역을 전환해 주택 수주에 따른 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며 “다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대형 정비사업보다는 리모델링이나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 위주로 수주고를 올리고 있어 전체 수주액은 많지 않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못해 사업 추진 ‘난항’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는 데 난색을 보이면서 재건축·재개발 및 리모델링 조합마다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입찰 보증금을 깎으면서까지 시공사 선정에 나서고 있지만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가 한 곳도 없거나, 응찰기업이 한 곳 뿐이어서 재입찰을 진행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때 입찰한 건설사가 한 곳 뿐인 경우 강제 유찰된다. 2회 이상 유찰되는 경우에는 조합이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땅집고]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맨션' 아파트 단지에 건축 심의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어뒀지만, 조합이 아직까지 시공사 선정을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맨션’(1983년 준공)은 기존 390가구를 488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형 건설사마다 단지 내 ‘건축 심의 통과를 축하드립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시공사 선정 단계를 밟는 바람에 사업이 멈춰섰다. 당초 525만원이던 3.3㎡(1평)당 공사비를 719만원까지 끌어올렸는데도 이 아파트를 재건축하겠다는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 다섯 차례나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 재개발 조합도 두 차례 유찰을 겪으면서 수의계약을 고려 중이다.

사업 규모가 비교적 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장도 시공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북구 미아2·3구역, 관악구 봉천동 1535번지 일대, 서대문구 홍은동 11-360 일대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던 올해 1분기엔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건설업계에서 위험선으로 통하는 7만가구를 돌파해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선 지금 같은 분양 불경기에 괜히 수주에 나섰다가 미분양 폭탄, 조합과 공사비 갈등 등 문제로 추후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현재는 금리 인상 릴레이가 멈추고 집값 하락폭도 줄어들고 있어, 2분기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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