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토교통부는 주한미군이 반환한 용산공원 부지 일부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하고 내달 5월 4일 오후 2시부터 국민들에게 개방한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청나라 군대와 일본군 주둔지였다가 최근까지 주한미군 기지로 활용하던 부지를 1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25일 국토부는 미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거닐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살려 용산공원 임시개방 부지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명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시개방은 작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후 기자회견 때 국민과 한 약속을 실천한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간을 조속히 조성해 임기 중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대통령실과도 가까워 국민 여가·휴식공간을 넘어 정부와 국민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출입구로 들어서면 있는 장군숙소 지역, 정원의 중심인 잔디마당과 전망언덕, 그리고 동쪽에 위치한 스포츠 필드가 공원을 구성한다. 가장 큰 특색은 미군 장군들이 거주했던 붉은색 지붕 단층 단독주택과 나무로 만들어진 전신주 등이다.

홍보관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 미군 주둔, 그리고 임시 개방까지 120년 간의 기록이 사진과 영상을 전시한다. 전시관에는 개방을 기념하는 미디어아트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잔디 정원을 갖춘 이벤트하우스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문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용산서가에는 어린이와 일반 방문객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휴게 공간을 준비했고, 기록관에서는 과거 용산기지에 거주했던 미군가족의 생활상과 미8군 클럽에서 태동했던 한국 대중음악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잔디마당과 맞닿아있는 ‘카페 어울림’에서는 데크 등이 있으며, 탄소저감 원두 사용, 발달장애인 제작 간식 판매, 용산지역 청년카페 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군 야구장이었던 공간 네 곳은 7만㎡(약 2만 평) 규모 ‘잔디마당’으로 새롭게 단장한다. 플라타너스가 있는 가로수길과 계절 따라 피는 다양한 들꽃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도 함께 조성한다.

잔디마당 끝자락에 위치한 전망언덕에서는 반환부지 풍경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용산 도심, 국립중앙박물관, 남산 등 주변에 위치한 주요 장소를 조망할 수 있다. 아울러 동측 끝편에 위치한 스포츠필드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 전용 야구장과 축구장으로 조성한다.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오염 부지라는 우려가 나오는만큼 국토부와 환경부는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9월과 11월, 올해 3월에 실내 5곳, 실외 6곳에 대해 공기질 측정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용산역, 건강에 민감한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경로당이나 어린이공원 등 주변지역 네 곳과 비교측정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모니터링 결과, 실외는 측정물질 모두 환경기준치보다 낮거나 주변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했고, 실내도 사무실 공기관리지침 등 관련 환경기준에 모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향후에도 정부는 환경관리가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임시개방 기간 동안 환경 모니터링을 촘촘히 시행해 안전성을 철저히 유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기념해 5월 한 달간 어린이와 가족을 주제로 한 행사를 개최한다. 개방 직후에는 인기캐릭터 전시와 화분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등 체험행사, 그리고 버블쇼, 풍선아트 등 각종 공연을 진행하며, 어린이 그림 전시가 이뤄진다. 스포츠필드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야구 및 축구대회 등 행사를 연이어 개최한다. 5월 한 달 동안 정원 구석구석을 탐방할 수 있는 ‘스탬프 투어이벤트’를 비롯해 가로수길 버스킹 공연, 용산어린이정원 워킹투어 등 상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밖에 생활체육행사, 클래식 음악공연 등 다양한 행사들을 용산어린이정원 곳곳에서 개최한다. 자세한 사항은 용산어린이정원 누리집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공개한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사전예약을 거쳐 입장할 수 있으며, 예약은 4월 25일 오전 11부터 용산어린이정원 누리집을 통해 진행 가능하다.

방문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현장접수 후 즉시입장도 가능하다. 내국인은 방문 5일 전, 외국인 방문 10일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휴관일은 1월 1일, 설·추석 당일 및 매주 월요일이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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