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지하철 내 과밀 현상으로 승객 3명이 실신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김포골드라인이 여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관할 경기 김포시는 물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까지 나서 대책을 내놓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혼잡도를 따지자면 김포골드라인 못지 않은 노선이 있다. ‘지옥철’ 원조격인 서울 지하철 9호선이다. 김포골드라인에 대응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지하철 9호선 이용객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어쩌면 차별받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출근시간대인 21일 아침 일찍 동작구 노량진동 지하철역 9호선 노량진역을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그 악명은 여전했다. 6칸짜리 완행 열차와 급행 열차가 3분에 한 번씩 번갈아 승강장에 도착했는데, 완행 열차의 경우 비교적 한산했지만 급행 열차의 경우 발 디딜틈도 없이 승객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혼잡 시간대인 8시쯤에는 몸을 욱여넣지 않고서는 탑승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두 개의 급행 열차를 보내고서야 겨우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가까스로 탄 열차 내부 역시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울 만큼 공간이 부족했다. 공간 대비 탑승객이 많다보니 열차에 서 있다기보단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신논현역으로 통근하는 A씨는 “이미 열차가 사람으로 가득한데도 출근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이 문이 열리자마자 꾸역꾸역 몸을 던지는 데 공포감이 든다”면서 “사람이 너무 많을 때는 원하지 않는 곳에 강제로 하차당할 때도 있다. 내리는 게 아니라 떠밀려 내려지는 수준”이라고 했다.
■황금노선 9호선, ‘수요 예측 실패’로 ‘지옥철’ 오명
9호선은 서울 강서구에서 강동구를 동서로 잇는 노선으로 2009년부터 3단계에 걸쳐 개통했다. 도시철도로는 최초로 도심구간 급행열차를 운영해 강서와 강동 간의 이동 시간을 대폭 줄였다. 서울 핵심 업무 지구인 여의도와 강남권을 지나 ‘황금노선’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핵심 업무시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와 강남을 지나는 노선이다보니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1년도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9호선 혼잡률은 185%, 일부 구간 혼잡도는 200%에 달하는 수준이다. 혼잡도 200%는 전동차 한 칸을 기준으로 탑승인원(160명) 보다 두 배가 많은 승객이 탄다는 의미다. 김포 골드라인의 혼잡도는 241%다.
9호선이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혼잡을 빚게 된 원인은 ‘수요 예측 실패’에 있다. 9호선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 수요를 과소평가했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니 열차를 도입해 1편성당 4칸을 운영했다.
출근 시간대 급행열차에 승객이 몰리며 탑승 대란이 반복되자 9호선 측은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2019년 모든 열차를 6량으로 바꿔 투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탑승객 수요 대비 열차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내년까지 증차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24년까지 6칸짜리 열차 8편을 추가로 투입해 혼잡도를 120%까지 낮추겠다는 방안이다.
■차량 증편, 수요 증가에 못미쳐…혼잡도 단기 개선 어려울 듯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국토교통부가 지난해부터 혼잡도가 높은 전철 노선에 대해 관리 대책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혼잡도 개선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차량 증편이 진행되긴 했지만, 올해 대곡소사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어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곡소사선은 서해선 종점역인 부천 소사역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을 거쳐 고양(대곡역)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이 노선에 5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김포공항이 포함돼 9호선 급행 노선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9호선은 추가 연장도 계획하고 있다.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중앙보훈병원~고덕강일1지구 구간에 대한 4단계 연장사업이 진행 중이다.
철도 교통망 전문가인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는 9호선 혼잡도와 관련해 출퇴근 시간대 급행열차에 너무 많은 수요가 몰리는 것을 원인으로 짚었다.
표 대표는 “출근 시간대에 완행열차 대비 급행열차 운행 횟수를 늘린다든지, 적절한 수요 분산을 위해 출퇴근 시간대에 아예 완행열차만 운영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승객이 적어 탑승이 수월한 완행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안전 문제를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을 10분 앞당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전이라는 사실을 승객 스스로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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