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온 주민들이 애용하는 백련숲을 갈아 엎고 파크골프장을 만들겠다니, 서대문구는 반성하세요!” (서울 서대문구 주민 A씨)
서울 서대문구 동북쪽에 있는 총 228m 높이 백련산. 최근 서대문구청이 이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약 7000㎡ 규모 백련근린공원을 없애고 ‘파크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혀 주민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재 울창한 나무숲으로 이뤄진 공원을 파크골프장으로 바꾸려면 환경 파괴는 불가피하다. 또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수요도 전 연령층에서 중장년층 위주로 확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크골프장이란 공원(park·파크)과 골프장을 합한 용어다. 주로 도심 공원 등 소규모 녹지 공간에서 시민들이 ‘미니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 체육시설이다. 일반 골프장과 달리 한 홀 당 길이가 40~100m 정도로 짧아, 기존 골프채보다 짧은 도구를 이용하며 주로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즐기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울시 내 파크골프장은 총 11곳으로, 잠실·강동·여의도 한강공원 등 강변이나 공원 입지가 대부분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백련근린공원에 구비 7억5000만원을 투입해 9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서울 내 파크골프 동호인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서대문구에는 마땅한 시설이 없어 건립을 결정했다는 것. 올해 9월 착공해 11월 준공이 목표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일부 서대문구 주민들이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부지가 저층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주거지와 맞붙어있는데도 서대문구가 주민들 의견 수렴 없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서울 곳곳에서 파크골프장 이용객이 몰려들면 주차난 문제가 심각해지고, 공을 타격할 때 나는 소음에 시달리는 등 생활 불편이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2012년 조성한 백련근린공원이 지난 10여년 동안 모든 연령층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동네 쉼터로 자리매김했는데, 이곳이 파크골프장으로 변한다면 공간 수혜층이 중장년·노년층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대문구가 10년 넘게 구비를 들여 가꿔온 숲을 벌목하는 것은 환경파괴라는 목소리도 높다. 한마디로 파크골프장을 만들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주장이다.
녹색당은 지난 3월 “서대문구는 1인당 도보 생활권 공원 면적이 3.56㎡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하위 4위일 정도로 도심 숲을 늘려야 하는 지역”이라며 “이에 지난해 서대문구가 ‘지속가능발전 이행계획’에서 녹지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는데도 수목을 베고, 농약을 사용하는 파크골프장을 조성한다고 한다. 이에 지금 이대로의 백련근린공원을 사랑하는 서대문구 주민들과 함께 파크골프장 건설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일각에서는 이성헌 구청장이 관내 중장년층과 노년층 거주 비율이 높은 점을 겨냥해, 향후 표심을 노리고 파크골프장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대문구 인구 중 40세 이상이 30.12%(18만7890명) 정도로,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과거 서대문구 캐치프레이즈가 ‘아이사랑 노년공경’일 정도로 서울 다른 자치구에 비해 중장년층 거주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구는 파크골프장이 전 연령층이 공유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라고 판단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파크골프장 사업 추진에 앞서 주민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 및 반영할 계획이다. 이성헌 구청장 역시 ‘이미 계획한 사업이라도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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