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참 희한하게 생긴 이 펜션, 1박 59만원이어도 "석달치 예약 끝났어요"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3.04.21 11:58 수정 2023.04.21 15:54

[스테이 개발의 정석] 감성을 살린 제주 고급 펜션 ‘트믐’…“땅값 저렴하고 건물은 이색적”

[땅집고]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에 들어선 고급 스테이 '트믐'. /포머티브건축사무소


[땅집고]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는 저층 주택이 밀집한 마을이다. 이곳에 시옷(ㅅ) 자 모양의 박공 지붕을 뚝 잘라 놓은 듯한 지상 2층 규모 고급 독채 펜션 ‘트믐’이 있다. 밖에서는 이 건물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기 어렵다. 1층은 돌담과 벽면을 쌓고 창을 최소화해 외부 시선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바깥 시선을 차단한 덕에 1층에 들어서면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소 폐쇄적인 1층과는 달리 2층에서는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영화에서 씬이 바뀌듯 건축물 외부에서 1층 내부로 입장하고 2층으로 올라가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장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2층 벽면 한쪽에 통창을 배치해 탁트인 시야를 확보했다. 투숙객은 이곳에서 내다보이는 서귀포시 무릉리 일대 전경 사진을 찍어 SNS(소셜미디어)에 올린다.

트믐은 한 공중파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감성 숙소’로 전파를 탔다. 숙박료는 주중 기준 1박에 55만원, 주말 기준 59만원이다. TV 프로그램과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예약하려면 적어도 두 세 달은 기다려야 한다.

트믐을 설계한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의 이성범 소장은 수익률 높은 스테이를 짓기 위한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설계와 디자인이 독특해야 한다는 것과 땅 매입 비용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고객들은 어디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을 경험하는데 비용을 지불하려고 한다”며 “차별적인 공간을 만들면 입지와 상관 없이 예약률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건물 가치도 오른다”고 했다. 이 소장은 “저렴한 땅을 매입해야 비용을 아끼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땅집고가 오는 5월 17일 개강하는 ‘스테이&숙박 콘텐츠 유치와 개발, 경영의 모든 것 2기’에서 ‘토지와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스테이 건축 설계·시공’을 주제로 강의한다.

[땅집고] 트뭄의 2층 자쿠지. 바깥 경치를 바라볼 수 있다. /트믐 인스타그램


이 소장은 스테이를 방문하는 주 고객층을 파악한 후 이들이 원하는 것을 고려한 덕에 예약률과 수익률 높은 스테이를 설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스테이 고객층이 가족단위보다 자연을 즐기고 쉬러오는 연인,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최대 숙박 인원은 3명으로 제한했고, 2층 외부 테라스 자쿠지에서 이른바 ‘불멍’(불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있다는 뜻)을 하거나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창을 냈다. 트믐은 휴식을 위해 예약하는 만큼 스테이 투숙객 입장에서는 외부로부터 시선을 차단하려고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최대한 밖에서 안이 잘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바깥 경치를 실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건축물을 제외한 대지는 조경 공간으로 활용한 것도 이 같은 고객층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주어진 예산 안에서 건물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통상 건축물을 제외한 대지는 사실상 활용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실제 트믐은 대지면적 501㎡, 건축면적 94㎡으로 전체 대지면적 중 활용한 면적은 5분의 1에 그친다.

[땅집고] 트믐 2층에서 바라본 바깥 경치. /포머티브건축사무소


이 소장은 트믐의 나머지 대지도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대지 위에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실내에서 바깥 대지와 인근 자연 환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1층과 달리 2층에서는 실내 공간이 실외공간과 이어져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건축가는 주변 환경인 밭과 건축물이 조화로운 모습이길 바랐고, 베이지 색 모래로 대지 바닥을 마감했다.

건축물을 멋드러지게 지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건물을 짓기 전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땅 매입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 관광지나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 대신 지가가 저렴한 땅을 매입하는 것이다. 실제 트믐도 제주 여행객이 주로 찾는 관광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다만 무조건 저렴해서는 안되고 건축행위가 가능한 땅이어야 한다. 저렴한 땅을 매입해도 나중에 수로나 오수 설비 비용이 많이 들면 문제가 된다. 이 소장은 “지역별로 도로 폭, 오수, 정화조 설치 관련 법규가 다르다”며 “땅 매입 단계에서 전문가인 건축가나 공인중개사로부터 조언을 구해 해당 땅이 건축행위가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스테이&숙박 콘텐츠 유치와 개발, 경영의 모든 것' 2기 모집>

예비 건축주의 멘토 역할을 해 온 땅집고 아카데미가 오는 5월17일 ‘스테이&숙박 콘텐츠 유치와 개발, 경영의 모든 것’ 2기 과정을 개강한다. 이 과정은 활용 가치가 낮은 중소형 건물이나 유휴 부지, 노후 주택 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호텔이나 스테이를 유치하고 개발해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강의는 이론 교육 5회와 현장 스터디 1회 등 총 6회로 진행한다. 최근 숙박업 트렌드와 사업성 분석, 운영 노하우 등에 대해 케이스 스터디 중심으로 알려준다.

강사진은 숙박시설 기획, 운영 뿐만 아니라 건축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이번 과정에서는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가 레지던스 호텔, 스테이 등 숙박업 유형과 트렌드를 소개한다. 김태연 피치매니지먼트 대표는 지역 상권이나 입지 조건을 고려한 숙박시설 개발 전략에 대해 강의한다.


김준하 더휴식 대표는 도심 레지던스 호텔, 저평가 모텔 운영방법,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주제로 강의한다. 이진호 유에이치씨 이사는 최근 개발한 스테이 현장을 소개한다. 이성범 포머티브건축사무소 소장은 숙박시설 건축 시 인허가 조건, 건축 예산 등과 함께 대중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건축 디자인, 공간 활용 방법을 제시한다.

선착순 30명 안팎을 모집하며 수강료는 180만원이다. 강의는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태성빌딩 2층 땅집고 아카데미 교육장에서 진행한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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