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빌라왕…건축왕…이럴 바엔 없애라!" 고개 드는 '전세 폐지론'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4.20 07:39 수정 2023.04.20 10:33
[땅집고] 최근 수도권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불거지자 전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고운호 기자


[땅집고] 최근 전국적으로 속칭 ‘빌라왕’, ‘건축왕’ 등에 의한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라 터져나오자, 주택 시장에서 전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세는 임차인이 월 임대료없이 보증금만 집주인에게 맡겨 일정 기간 주택을 임차하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100% 돌려받는 제도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시행 중이다. 월세보다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고 집주인도 이자를 내지 않고 쉽게 목돈을 빌릴 수 있는 셈이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무분별한 갭(gap·전세를 낀 주택구입) 투자로 전세사기가 잇따르면서 전세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최근 전세금이 급락한 상황에서 2년전 계약했던 아파트가 올 하반기 만료하면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전세가 사라지면 월세가 더 오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무주택 서민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갭투기 키웠다” VS. “전세 폐지하면 월세 오를 것”

전세제도 존폐론은 주로 전세자금 대출 규제 논란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도 전세의 긍정적인 기능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무분별한 전세대출로 시장에 돈이 과도하게 흘러들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과 규제보다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현재는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차주(借主)의 빚 중독을 유발하고, 거품을 키우는 식의 전세 제도는 하루 빨리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부동산 급등기에 취약한 차주에게도 무분별하게 전세자금대출이 이뤄지면서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갭투자로 자금이 쏠렸다”며 “임대보증금이나 전세자금대출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는데, 이를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주거 수요를 충족하는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사금융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측면이 있다”며 “올 초 정부가 나눔형, 선택형 등 다양한 모기지 상품을 적용한 공공분양(뉴홈) 청약을 시행했는데 경쟁률이 치열했다. 주택 모기지 상품을 연동한 공공분양 제도를 개선해 다양한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면 전세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간 금융 거래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는 주택 경기가 완만하게 변동할 때 별 문제가 없지만,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국면에서 갭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깡통주택 같은 피해가 생긴다”고 폐해를 인정했다. 다만 박 위원은 “부작용이 있더라도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개인끼리 돈을 주고 받는 것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며 “현재 위험이 커진 빌라는 전세가 자동 소멸되는 추세”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 사기가 발생했다고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전세 제도를 없애면 선택권을 박탈하는 셈이다. 결국 월세가 오르면서 돈 없는 서민 주거 환경이 더 열악해지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전세 사기 대책 실효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기존 전세 사기 대책도 다시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빌라 중심으로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졌지만 지난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도 전세금 낙폭이 컸던만큼 하반기 주택 시장 전반에 번질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세입자가 전세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현재는 계약해야만 세입자가 선순위 채권이나 임차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임대 의뢰를 받은 공인중개사가 계약 전에 세입자에게 선순위 채권 등을 확인해 주거나 등기부등본만 떼어봐도 임대인의 금융 사정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서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이 개인 간 거래에 의존하는 풍토도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며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육성해 정부가 임대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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