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총 200여실 규모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 2월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전용 7평 남짓한 원룸짜리 오피스텔인데도 관리비가 아파트에 버금가는16만원 넘게 나와서다. A씨가 집을 구하기 전 부동산 어플로 확인했던 이 오피스텔 관리비는 7만원 정도였는데, 이보다 두 배 넘게 비싼 금액이기도 했다.

고지서를 보니 전체 관리비 약 16만원 중 난방비와 수도 요금을 제외하고 ‘일반 관리비’ 명목으로 6만원 이상이 책정돼 있었다. 하지만 돈이 정확히 어느 곳에 쓰였는지는 적혀있지 않았다. A씨가 관리사무소에 일반 관리비 사용 내역에 대해 물었지만, “알려줄 수 없다”, “오피스텔 관리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가 관리단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이 역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화가 난 A씨는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 “관리비가 필요 이상으로 청구되는것 같아 관리소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나 한명의 불만으로는 어렵겠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이라면 공론화가 가능할 것 같다. 혹시 관심 있는 입주자께서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입장 부탁한다”고 적은 쪽지를 붙였다. 그러자 입주민 60여명이 채팅방에 줄줄이 입장해, 관리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A씨 의견에 뜻을 같이 했다. 일부 입주민은 “오피스텔 관리사무소를 단체로 방문해 항의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피스텔 거주자 가운데 A씨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원룸 정도 크기 방인데도 관리비가 많게는 20만원에 달해, 매달 관리비가 월세 못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특히 오피스텔 특성상 역세권이나 상업지역 입지가 많아 20~30대 청년 및 사회초년생 1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젊은층이 관리비로 인해 적지 않은 주거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대체 손바닥만한 원룸 오피스텔 관리비가 이렇게 비싼 이유가 뭘까. 업계에선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선 현행법상 건물 관리단이 관리비를 재량으로 정할 수 있어, 소위 ‘깜깜이 관리비 책정’이 가능한 구조를 근본적인 문제로 꼽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선 단지마다 ‘공동주택 관리법’과 지방자치단체 준칙에 따라 일반 관리비를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관리비는 ▲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수선유지비 등 47개 항목으로 구성한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시스템을 통해 전국 아파트 단지 일반관리비를 월별, 지역별, 주택 면적별로 비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합건물에 속하는 오피스텔은 다르다. 오피스텔·상가 등 건물 한 동을 구분소유 형태로 나눠갖는 건물을 집합건물이라고 하는데, 아파트와 달리 공동주택법이 아닌 집합건물법을 적용한다. 현행 집합건물법에는 관리비를 세부적으로 정하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오피스텔 건물 관리단이 관리비를 재량으로 책정할 수 있으며, 세입자들에게 정확한 관리비 사용 내역을 알려주지 않아도 돼 지금과 같은 ‘깜깜이 관리비’ 구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정부가 과도한 오피스텔 관리비 책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올해 3월 말 오피스텔 등 주거용 집합건물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집합건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개정안에는 ▲관리인이 집주인 뿐 아니라 세입자에게도 관리비 산출 내역 등을 매년 1회 이상 의무 보고할 것 ▲관리인이 단지 내 모든 거래 행위에 관한 장부를 월별로 작성해, 증빙서류와 함께 5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할 것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집합건물 회계장부 자료를 제출받을 권한을 가질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후인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50실 미만 오피스텔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개정안이 50실 이상 집합건물에 한해 적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50실 미만 소규모 오피스텔 단지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경우 비싼 관리비를 계속해서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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