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졸속으로 만든 ‘대장동 방지법’(도시개발사업법 개정안) 때문에 주택 4만 가구가 날아갈 상황입니다. 만약 법 적용 유예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통과해도 문제는 발생해요. 3년 안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받지 못하면 사업을 멈춰야 하니까요. 이미 투입한 사업비 수백억원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겁니다.”(수도권 도시개발사업 담당자 A씨)
작년 6월부터 시행한 일명 대장동 방지법 탓에 수도권 10여개 민관합동 개발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대장동 방지법’은 민간 사업자가 과도하게 개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법. ▲민간의 개발이익 환수 강화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 전반의 공공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민간이 가져잘 개발 이윤율을 총 사업비의 10% 이내로 낮추고 민관합동 도시개발사업의 절차와 방법도 강화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나 의견수렴 없이 법이 만들어지면서 곳곳에서 개발 사업이 중단 위기를 맞은 것. 이로 인해 4만가구가 넘는 주택이 공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만일 법 재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미 막대한 사업비를 선투입한 지자체도 피해가 상당할 전망이다.
■‘대장동 방지법’에 수도권 9개 사업 올스톱
가장 큰 문제는 개정 법 적용 기준을 ‘신규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정한 것이다. 사업 공모 절차를 마치고,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설립했더라도 아직 지정권자(광역자치단체)로부터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받지 못했다면, 개정 법에 따라 사업자 공모 등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도시개발구역 지정 전 단계인 사업장은 수도권에만 9개가 있다. 이 중 ‘광명문화복합단지 도시개발사업’ 등 2곳은 PFV로 활용할 특수목적법인(SPC)도 세웠다. 이 사업장들은 개정 법이 규정하는 민간의 개발이윤율,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 절차 기준 등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9개 사업장은 강화된 절차에 따라 처음부터 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미 수백억원대 예산을 투입했고 5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는 것. 9개 사업장에 투입한 세금만 375억여원이다. ‘시흥 미래형 첨단자동차 도시개발사업’은 7년 전인 2016년 민간사업자를 공모했다. 한때 토지보상 문제로 차질을 빚었지만, 최근 임병택 시흥시장이 당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힘을 받고 있다.
9개 사업장에서 공급할 주택만 4만가구에 달하는데 이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4만 가구 정상 공급을 위해서라도 기존 사업장에 대해서는 개정 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지자체 소속 도시개발사업 담당자는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위해 이미 수년간 수십억원을 들였는데, 새로 생긴 기준에 맞추라고 하니 황당하다”며 “이미 사업을 포기한 곳도 있다던데, 결국은 세금 낭비인 셈”이라고 했다.
■국회 ‘3년 유예’ 재개정 추진…국토부 형평성 이유로 난색
논란이 커지자 국회도 도시개발법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전체회의에서 문제의 부칙을 개정하는 ‘도시개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위원장 대안으로 가결했다. 여기에는 ‘이미 선정된 민간참여자(우선협상대상자 포함)의 경우에는 3년간 적용치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이 법률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남겨뒀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국토부가 반대하고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 법 시행으로 이미 사업을 취소한 사례가 있는데,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법을 바꾸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며 “법 집행기관으로서 이런 측면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도 구리도시공사는 8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던 ‘구리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구리도시공사 관계자는 “사업을 이미 취소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면서도 “대장동 방지법으로 사업을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3년 유예기간 안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받으면 큰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본다. 오산운암뜰도시개발 관계자는 “(오산운암뜰은)도시개발 구역지정 코앞 단계까지 와 있기 때문에, 3년 안에 구역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현재는 개정 법 적용 이후 모든 인허가 절차가 중단돼 기회비용만 날리고 있다”고 했다.
김포도시관리공사 관계자도 “3년 안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받기만 하면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해당 기간 안에 구역 지정을 못 받으면 더 큰 일이 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도시개발공사 관계자 역시 “모든 사업 절차를 다시 밟으려면 공동주택 등 완공까지는 십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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