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나 김포시나 경기도나, 압사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해도 ‘김포골드라인’ 전철을 탈 수 밖에 없는 김포시민들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몰라요. 그러니까 대책이랍시고 버스 증설하겠다는 내용들만 주구장창 내놓죠. 정말 답답합니다.”(경기 김포시민 A씨)
최근 경기 김포시와 서울을 연결하는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 이용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매일 출퇴근 시간대 이 노선 열차를 이용하는 김포 시민들은 ‘끔찍한 지옥철을 경험하고 있다’며 열차 증설이나 배차 간격 조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김포~서울 간 버스 노선을 더 늘려 지하철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민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용객, 적정인원 대비 70% 과다…호흡곤란·구토증세 등 ‘안전’에 무방비
김포골드라인은 경기 김포시와 서울시를 연결하는 유일한 전철 노선으로 2019년 개통했다. 김포 양촌역에서 서울 김포공항역(지하철 5·9·공항철도선 환승역)까지 총 10개역을 연결한다. 출발역에서 종착역까지 버스로 1시간 넘게 걸리던 이동 시간이 김포골드라인을 타면 30분대로 단축됐다.
하지만 2량짜리 경전철인 ‘꼬마 열차’로 건설된 탓에 출퇴근 시간 ‘전국 최고 지옥철’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노선 중간에 환승역이 따로 없기 때문에, 정차역마다 내리는 승객보다 탑승하는 승객이 많아 혼잡도가 계속해서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출근 시간대인 평일 오전 7~9시, 평균 이용인원은 1만2000명으로 적정인원(7000명) 대비 71%나 많다. 이렇다보니 안전사고에 무방비 상태다. 실제로 이달 11일 오전 7시 50분쯤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해 119구급대가 출동했으며, 앞서 지난 3일에는 열차 안에 있던 승객들이 공황 장애 증상을 보이고 하차 직후 구토 증세를 보이고 했다.
당초 김포골드라인은 경전철이 아닌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선으로 건설할 예정이었다. 김포시는 지하 공사가 필요한 중전철 사업을 진행할 경우 큰 예산이 들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타당성조사를 통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경제타당성 조사를 생략해 국비나 도비를 지원받지 않는 대신 시 자체 예산으로 건설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자금난이 발목을 잡았다. 김포시는 재정 부족으로 지하철 9호선 대신 경전철 사업으로 선회했고, 기존 4량짜리 계획마저도 2량으로 축소했다. 이 때문에 김포골드라인이 지금의 두 칸짜리 ‘꼬마 열차’로 탄생한 것이다. 한강신도시 입주민들이 낸 교통 분담금 1조 2000억원과, 김포시 예산 3000억원을 더해 총 사업비 1조5000만원을 마련했다. 이 예산에 맞춰 역사 승강장을 2량 규모(33m)로 건설하는 바람에 열차를 추가로 연결해 수송량을 늘리는 식의 대책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당시 김포시 인구를 30만명 정도로 잡아 2량짜리 경전철로도 수송량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현재 인구가 50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노선 계획 당시와 비교해 현재 김포시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포화 상태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인구 예측 실패…‘전국 최악의 지옥철’ 오명
앞으로가 더 문제다. 김포시 일대 철도역을 중심으로 총 4만6000여가구 규모 신도시인 ‘콤팩트시티’(한강2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이다. 김포골드라인 이용객은 더 늘어나고 노선 혼잡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포시와 경기도, 정부가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18일 김포시와 경기도는 ‘김포골드라인 혼잡 대책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달 중 김포와 서울을 잇는 기존 ‘70번 버스’ 노선에 전세버스를 추가 투입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 15분대인 버스 배차간격을 7분대로 줄이고, 6월까지는 5분대로 더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7월부터는 김포시 일대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김포공항역으로 직행하는 40인승짜리 ‘수요응답형버스’(DRT)도 확보할 예정이다.
특별대책으로 ‘수륙양용버스’도 나왔다. 도로와 물위를 모두 다닐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40인승 버스다. 김포 한강신도시를 출발해 서울 한강공원 선착장까지는 한강 물 위로 이동하고, 한강공원부터 인근 지하철역까지는 도로를 이용해 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퇴근 시간대에 꽉 막힌 도로 대신 한강으로 질주하면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버스 노선 증설로 해결될 문젠가”…당국 ‘땜질식 처방’에 더 분통
김포시민들 반응은 싸늘하다. 시민들이 압사를 무릅쓰고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이유는 전철이 정시성을 갖기 때문인데,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 점을 간과한 채 기존 버스 노선만 늘리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는 것.
수륙양용버스의 경우 한강에서의 최고 속력이 시속 15~20km에 불과해 김포시에서 여의도까지 2시간이나 걸리고, 한 대당 가격이 일반 버스의 20배에 달하는 20억원 수준으로 비싼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포시민 B씨는 “지금도 김포에서 서울로 가는 길이 가뜩이나 막힌다. 김포골드라인 타고 30분이면 갈 길을 버스를 타면 1시간 넘게 걸리고, 비나 눈이 오면 1시간 30분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도로에 버스를 증설해주겠다니 기존 교통 체증만 심화하는 꼴이다. 말도 안되는 얘기 마시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포 시민의 바람은 지하철 차량을 늘리던가 배차 간격을 줄이는 즉각적인 대책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포시도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김포골드라인 열차를 추가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차량을 제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내년 9월 쯤에야 새 열차 투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김포시와 인천 검단신도시를 연결하는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을 조기 확정하고 국토교통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호흡곤란 및 안전사고 등 고통을 겪으신 시민들께 죄송한 마음이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대통령 공약 사항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김포~부천)과 5호선 연장선(김포~검단)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업이 완료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만큼 버스 노선을 긴급대책으로 마련한 것이며, 앞으로 김포시민들이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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