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한 달 사이에 전세금이 1억 이상 오른 단지도 제법 있다. 치솟던 금리가 하향 조정되고, 현재 형성된 전세금이 적정 수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기에 두드러졌던 ‘전세의 월세화’도 둔화되면서 지난달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년 중 가장 높은 60%를 훌쩍 넘어섰다.

■3월 서울 전세 비중 62.4% ‘회복세’…‘1억~2억’ 상승거래도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 비중은 62.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4월 이후 전세거래 비중이 60%를 넘은 달은 8월(60.4%) 밖에 없다. 고금리로 월세의 전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지난해 12월엔 48.0%까지 떨어졌었다.

강서구(73.8%)와 도봉구(72.3%), 강동구(71.6%), 동작구(69%) 등에서는 전세 비중이 두드러졌다.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금도 오르는 모양새다. 강서구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59㎡ 전세보증금은 올해 1월 4억원에서 3월 5억200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올랐다. 같은 동 ‘우장산숲아이파크’ 전용 60㎡도 올초 3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3월 4억5000만원부터 전세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59㎡ 전세보증금은 올해 1월 4억원(11층)까지 하락했으나, 3월에는 6억원(12층)으로 껑충 뛰었다. 도봉구 방학동 ‘청구아파트’ 전용 84㎡는 1월 2억7000만원(3층)에서 2월 3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강동구 전세 비중은 50.6%(2월)였으나, 3월 70%를 넘어 섰다.

■전세대출금리 하단 6%대→3%대로 ‘뚝’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세의 월세화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4월부터 무려 7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전세대출 이자를 부담하느니 월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증가했던 탓이다. 금리 인상 랠리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 2월부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월과 같은 3.5%로 동결한 데 이어서 4월에도 ‘3.5% 동결’을 결정한 것. 한은은 시중은행에 대해서도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14일 기준) 전세대출 금리는 4% 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상단도 5%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연말 금리 상단이 7%를 넘겼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전세대출 금리는 전월세전환율보다도 낮아졌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지난달 기준 4.08%였다. 월세보다 전세를 택하는 게 유리해진 상황이다.

부동산 침체로 전세금 역시 매매가와 동반 하락한 여파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비율은 58.1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11월(59.9) 60 아래로 떨어진 뒤 줄곧 하락했다. 이는 매매가격이 10억원일 때 전세금이 5억8000만원이라는 뜻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 초보다 금리가 떨어졌고, 전반적으로 전세보증금이 낮아진 상황이다”며 “즉,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충당 여력이 늘면서 전세 수요가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다만 서울에서 올해 하반기에 입주할 대단지가 적다”며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인해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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