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임금체불액만 100억…'파산 위기' 한국국제대, 지방대학 소멸 신호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4.18 08:16

[땅집고] 경남 진주시 한국국제대 캠퍼스 내 강의실이 불 꺼진 채 방치돼있다. /MBC


[땅집고] “이 학교 정말 개강한 것 맞나요? 문 닫힌 강의실 천지에 캠퍼스 곳곳에는 쓰레기만 뒹굴고….”

경남 진주시에 있는 한국국제대학교의 현재 모습이다. 신입생들의 입학과 새학기 개강으로 활기를 띠어야 할 캠퍼스의 봄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대부분의 건물 정문은 굳게 닫혀있고, 개방된 건물에도 왕래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기숙사로 사용 중인 2개 건물 중 1곳과 학생 식당도 폐쇄된 상태다. 관리가 되지 않아 부서지거나 쓰레기로 가득 찬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1978년 개교한 한국국제대는 2003년 4년제 대학으로 출범했다. 당시 입학정원이 1265명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신입생이 20여명에 불과해, 재학생 수가 과거의 30% 수준인 393명에 불과하다. 2021년 80명이던 교직원 수 역시 올해 58명까지 감소했다. 학생 수가 줄면서 등록금 징수액이 감소하자 대학이 사실상 파산 위기에 놓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임금체불액만 100억원, 공과금 미납액도 10억원에 달한다.

[땅집고] 경남 진주시에 있는 한국국제대 정문 전경. 이 대학은 정부로부터 부실대학에 선정되면서 급격한 재정난에 빠졌다. /뉴시스


한국국제대가 재정난을 겪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정부로부터 이른바 ‘부실대학’인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면서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등 지원이 뚝 끊겼다. 정부가 이 대학 교육 여건과 성과, 교육과정 운영 등이 정량 미달이라고 평가한 것.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히면서 신입생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대학은 자금난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수 채용 비리, 이사장 구속, 임금 체납으로 인한 고소·고발 등 문제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대내외적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다.

임금 체불을 당한 교직원들이 대학 법인통장을 가압류하는 바람에, 한국국제대는 공과금도 못 내는 신세가 됐다. 이에 한국전력이 올해 3월 말까지 밀린 전기세를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어버리겠다고 통보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학교는 새로 개설한 계좌를 이용해 신입생 등록금을 징수하고, 이 돈으로 밀린 전기세 1억1500여만원을 부랴부랴 냈다. 단전 뿐 아니라 단수 위기도 닥쳤으나, 사정을 들은 진주시가 지역 학생들의 최소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단수 조치를 유예했다.

전기와 수도가 끊길 뻔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학교가 자구 노력으로 정상화 궤도에 들어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시들한 지방 대학에서 등록금으로 재정난을 극복하기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밀린 임직원 임금이 100억원대에 달하는 데다 각종 공공요금 역시 여전히 미납 상태라 한국국제대가 외부 지원책 없이는 회생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땅집고] 경남 진주시 한국국제대 교직원실이 근무하는 사람 한 명도 없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국제대와 비슷한 수순을 밟는 지방 소재 대학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인구 대도시 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 등이 가속화하면서 비수도권 대학이 점점 사라져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폐교된 19개 대학 중 18곳이 지방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전남 광주시 광주예술대 ▲2008년 경북 경산시 아시아대학, 충북 음성군 개혁신학교 ▲2012년 전남 순천시 명신대, 전남 강진군 성화대 ▲2018년 충남 아산시·전북 남원시 서남대 ▲2020년 부산시 해운대구 동부산대 ▲2022년 전남 광양시 한려대 등이다. 두 연구기관은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 385곳인 국내 대학 수가 2042~2046년쯤이면 190곳으로 반 토막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점을 고려해 한국사학진흥재단은 2021년부터 폐교대학 법인 청산을 유도하기 위해 자금을 빌려주고 기록물 관리 등을 지원하는 ‘폐교대학 종합관리사업’과, 폐교대학 임금체불 등 채무변제 비용을 사학진흥기금 융자를 통해 지원하는 ‘폐교대학 청산지원 융자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폐교대학 관련 사업예산은 채무 변재금과 청산 운영비를 포함해 114억원이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땅집고] 경남 진주시 한국국제대는 올해 3월 개강했지만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학생이 손에 꼽는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폐교 위기를 맞은 대학 스스로 경영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구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입생 수 감소로 자체 재원 확보가 어려워진데다, 대학이 캠퍼스 내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반론한다. 실제로 한국국제대의 경우 260여m 높이 월아산 자락에 들어서있는 데다, 진주시 도심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 등 비선호 입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 대학마다 비(非) 수도권이라는 입지적 한계 때문에 캠퍼스 내 부동산을 매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지에 따른 부동산 용도 제한이 있어 선뜻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거의 없는 것”이라며 “힘겹게 매수자를 찾더라도 감정가가 너무 낮거나 위기에 처한 대학을 상대로 가격을 ‘후려치기’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이 충분한 현금 확보가 어려워 여러모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

▶ 교통·상권·학군·시세 그리고, 아파트 주변 유해 업소까지 한번에 ☞부동산의 신



화제의 뉴스

위기의 롯데, '심장'인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발표에도…"집값 비싼 분당만 될 것" 술렁
"신도시 재건축 착공 늦어지면 '승자의 저주'에 빠진다"
압구정이어 이번엔 한강 북측에 '초고층 병풍' 아파트 들어선다
'역세·학세권' 일산 후곡마을, 용적률 360%를 적용한 고밀 개발 가능 [일산 선도지구 확정]

오늘의 땅집GO

위기의 롯데, '심장'인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건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발표에도…"집값 비싼 분당만 될 것" 술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