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그냥 빼!" 뿔난 장위10구역 '전광훈 교회' 빼고 재개발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4.18 08:08

[땅집고] ”사랑제일교회를 부지에서 빼도, 조합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없습니다. 교회 부지를 제외하고 사업계획을 다시 짰는데, 사업성이 더 좋아졌다네요. 올해 1월 성북구가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빠지면서 적정 분양가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이제 전 목사는 500억원 주고 조합으로부터 땅을 다시 사가기만 하면 됩니다.” (주동준 장위10구역재개발조합 조합장 직무대행)

[땅집고]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에 남아 있는 사랑제일교회 모습. /김서경 기자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조합이 500억원의 보상금을 받고 이전하기로 한 사랑제일교회가 합의를 번복하자, 교회 부지를 재개발 구역에서 제외하는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비계획을 변경하면 사업기간이 더 길어지고 조합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조합 측은 이 방안이 오히려 사업성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관련 절차를 밟기로 했다.

장위10구역은 최근 분양한 장위4구역(장위자이레디언트) 바로 맞은편이다. 두 단지는 나란히 올해 봄 분양시장에 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이곳은 여태껏 철거 중이다. 교회 측이 조합으로부터 500억원 보상금을 받고 이전을 약속했으나 이행을 계속 미루면서다. 이런 가운데 전광훈 목사가 최근 언론의 ‘알박기’ 보도 등을 이유로 이주 결정을 번복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조합 측은 교회 이전을 기다리기엔 다시 허송세월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정비사업에서 사업기간 연장은 곧 조합원들의 금전적 손해로 귀결된다. 장위 10구역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68-3번지 일원에 지하 4층~최고 29층, 22개동, 2004가구(임대341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1000가구 이상으로 사업성이 우수한 편이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의 기존 단지 배치도(위)와 새 배치도(아래). 가장 큰 변화는 사랑제일교회 부지를 그대로 두고, 공원 위치를 단지 앞으로 옮긴 것이다.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


■사랑제일교회 ‘이전 합의’ 번복…“이참에 교회 부지 빼고 사업 재개”

조합 측은 조만간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변경안은 기존 정비구역(9만4245㎡)에서 사랑제일교회 부지(약 2430㎡)를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합 측은 이를 위해 오는 20일 대의원회 총회와 다음 달 초 조합총회를 열어 조합원 추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날 만난 주 직무대행는 “교회 위치에 지으려던 일부 동을 교회 대토 부지에 짓고, 단지 뒤쪽에 있던 공원을 앞으로 옮길 예정”이라며 “가구 수는 그대로이나, 용적률이 조금 올라가면서 소형 대신 중대형 주택형이 늘어 사업성이 더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공석인 10구역 조합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 교회 제척 여부에 따른 가구 수 변경안. 소형 주택형이 줄고, 대형 평형이 늘었다. /김서경 기자


변경안을 적용하려면 우선 구청과 시청의 교통영향평가 심의, 건축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이후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와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도 필요하다. 그야말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이 곳은 이미 2017년 재개발 사업 ‘9부능선’으로 불리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으나, 이후로 진척이 없었다.

변경안에 따르면 내년 10월 착공해, 준공 시점은 2027년 10월이다. 반면 교회를 정비구역에 포함시킨 기존 계획대로 하면 2023년 7월 착공, 2026년 9월 준공 예정이다. 후자를 택할 경우, 착공과 준공 모두 1년 정도 빠르지만 지금처럼 교회 이전이 계속 미뤄지면 기약이 없다. 조합이 인허가를 다시 받더라도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첫번째 이유다.

구청 역시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정확한 기한을 정할 수 없으나, 조합이 필요한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조합 사무실에 붙은 경고문. /김서경 기자


■조합측 “교회 제외하면 사업성 더 좋아져…조합원 부담금 910억 상쇄하고도 남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도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21개 자치구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장위10구역은 분상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4구역 분양가가 3.3㎡당 2834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구역 분양가는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사랑제일교회를 제척한 상태에서 사업을 재개할 경우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및 개발 면적 축소 등으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910억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한편 사랑제일교회가 지금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선 땅 소유권을 가진 조합에 적정 가격을 주고 매입해야 한다.

조합 측은 이 땅의 가격이 50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교회 측이 서울시의 감정평가액 82억원 대신, 500억원에 이전하기로 합의문을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합은 합의문을 땅의 가치를 증명하는 근거로 봤다. 주 직무대행은 “교회와 더 이상 이전 협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회 목사가 땅값을 500억원이라고 했으니, 교회 측이 그 돈을 내고 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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