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요즘 저희 아파트에서 고양이 급식소를 치우라며 난리입니다. 일이 점점 커지면서 ‘캣맘 등록제’ 얘기도 나오는데, 이게 합법인가요?”
최근 대구시 달성군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는 다른 입주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A씨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려고 단지 곳곳에 급식소를 설치했는데, 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민원이 빗발치면서 그야말로 ‘공공의 적’ 신세가 됐다.
일부 입주민 사이에선 “그렇게 고양이 밥이 주고 싶으면 ‘캣맘 등록제’를 실시하자”는 의견까지 등장했다. 이에 A씨는 온라인 고양이 돌봄 커뮤니티에 “캣맘등록제가 합법인가. 고양이들이 하지 않은 일도 고양이 짓이라고 하며 보상하라고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돌보는 이른바 ‘캣맘’과 ‘캣대디’들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오갈데 없는 동물을 보살피는 선행자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길고양이 개체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의 원인 제공자라는 비난도 함께 나온다. 특히 캣맘·캣대디들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경우 입주민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캣맘·캣대디 등록제’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려면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거주 동호수와 실명을 신고 및 기재하라는 것. 이후 고양이 때문에 발생하는 입주민 재산 손실 및 환경 오염 등 피해에 대한 책임은 모두 등록 캣맘·캣대디들에게 물겠다는 취지다.
네티즌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길고양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등록제에 반대한다. 최근 캣맘·캣대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실명 및 집주소를 등록하라는 요구는 공개 처형이나 다름 없어, 공개적 비난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인명 피해까지도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대구시 남구에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던 30대 여성이 40대 남성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골목이 지저분해지자 화가 나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에선 한 남성이 길고양이 밥그릇에 ‘죽이고싶다’, ‘네 목부터 찌를 것이다’라는 등 메모를 남기는 방식으로 총 16회에 걸쳐 캣맘·캣대디들을 협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반면 등록제에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길고양이를 챙기려면 당당히 실명 등록한 뒤, 고양이로 인한 피해보상 등을 책임지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캣맘·캣대디 때문에 고양이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울음소리로 인한 숙면 방해, 주차 차량 피해, 비위생적 환경 등 피해가 적지 않다고 호소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캣맘·캣대디 등록제를 시행하는 것 자체는 위법사항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행법에 따라 소음·위생 문제 등으로 아파트 주거 생활 질서나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등록제나 위반금 부담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관리규약으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규약을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에는 입주민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변호사들 대부분은 등록제를 시행하더라도 큰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등록제가 각 아파트별 자체 규약인 만큼,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이 아파트 입주민이 아닌 외부인인 경우 책임을 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등록제를 무시하고 고양이를 챙기는 캣맘·캣대디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21년 5월 인천시 남동구에서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 B씨가 ‘단지 내 공식 인증 캣맘·캣대디를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낸 적이 있다. 그는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싶다면 주민등록등본과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이 가입된 보험증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공식 캣맘·캣대디로 등록한다면 대표인 B씨가 아파트 내 고양이 관리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연간 240만원씩 비용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길고양이 때문에 발생하는 모든 민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공고를 낸 지 2주가 지나도록 지원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음에도 양지로 나오시기 힘드신가보다”라며 “이에 따라 단지 내 미인증 길고양이 사료 그릇은 통보 없이 보이는 대로 철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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