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동대문 1만가구 쏟아지는데…"학원은커녕 학교도 안 보여요"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4.12 13:09

[땅집고] “전매제한도 풀리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B,C 노선까지 줄줄이 들어온다고해서 청량리동 일대 아파트 매매를 알아보는데, 학군이 마음에 걸립니다. 학원은 고사하고, 학교가 너무 멀어서요. 아침마다 데려다 줄 수도 없고, 안 보낼 수도 없고요. 동대문구에는 원래 학교가 별로 없나요?” (서울 노원구에 사는 A씨)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이문아이파크자이)과 이문1구역(래미안라그란데) 사이 도로. 이 2개 단지에서 학교를 가려면 모두 이 도로를 거쳐 10여분 걸어야 한다. /김서경 기자


서울 동대문구 일대가 강북권 신흥 주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양수자인그라시엘(1152가구)이 다음달부터 입주가 시작되고, 롯데캐슬SKY-L65(1425가구)가 7월 입주 예정이다. 여기에 4321가구 규모의 이문아이파크자이, 3069가구의 래미안라그란데 등 브랜드 아파트 공급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새로운 주거 중심지로 변신 중인 이 일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예비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학교문제’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학교가 멀어도 너무 멀다’는 것.

12일 낮 ‘한양수자인그라시엘’(5월 입주 예정ㆍ1152가구)에서 가장 가까운 신답초등학교까지 걸어봤더니 어른 걸음으로 15분이 걸렸다. 어두컴컴한 굴다리를 지나자, 공사용 트럭이 튀어 나왔다. 이문ㆍ휘경뉴타운 최대 규모인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 공사 현장 북측에서 청량초까지는 20분 가까이 걸어야 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땀이 날 정도의 거리였다.

현재 거주하는 노원구에서 동대문구로 이사를 고려 중인 A씨는 “직장을 가려면 1호선을 타야 해서, 청량리역 인근 주상복합 전세 계약을 고민 중이다”며 “그런데 어린 자녀를 혼자 멀리 떨어진 초등학교에 보내야 하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시와 동대문구 단지 전세가율 비교. /김서경 기자


학군은 매매가와 전세가에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 단지에서 학교까지의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청량리역 인근 초고층 3대장(롯데캐슬SKY-L65ㆍ 한양수자인그라시엘ㆍ효성해링턴플레이스)의 전세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다음 달 입주하는 ‘한양수자인그라시엘’의 경우 역세권이지만,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낮다. 물량이 많아 전세가가 낮게 형성된 점을 감안해도, 현저히 낮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현재 중개사이트 나온 매매가와 전세가 최저선은 각 13억3000만원, 5억원이다. 올해 7월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1425가구)가 완공되면, 전세가는 더욱 출렁일 수 있다.

[땅집고] 감소세를 보이는 서울시 학령인구. /김서경 기자


특히 이문ㆍ휘경뉴타운 내 이문4구역은 뉴타운 내에서 학교 문제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 이문초와 휘경초, 청량초, 휘봉초는 모두 직선거리 1km 내외로, 성인 걸음으로 약 15분 소요된다. 이를 감안해 이문4구역이 사업 부지 내에 교육용 부지를 확보한 상태지만, 학교 설립은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동대문구에는 초교 21개교, 중학교 15개교, 고등학교 11개교가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서울시 자치구 평균(24.44개교)에 비해 적다. 그런데도 시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세로 동대문구에 학교 수를 더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문ㆍ휘경뉴타운에 약 1만 가구 아파트가 들어서도, 학령인구 감소세를 뒤집기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해 동대문구 학령인구는 3만7336명으로, 시 평균(4만5536명)을 밑돈다. 학령인구가 가장 많은 송파구(8만8356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교육청 학교설립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세가 극심한 상황이므로, 학교 신규 설립을 지양하는 추세”라며 “기존 학교 통폐합을 검토할 수 있으나, 동대문구는 과밀 지역이 아니라서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문4구역이 학교 설립을 하려면 서울시동부교육지원청 검토를 거친 뒤, 시교육청에 설립 허가를 받아야 한다.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초등학교 정문. /김서경기자



이날 청량리역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교통 호재가 예고되면 인구 유입과 집값 상승이 뒤따라야 하는데, 청량리로 이사온다는 이들이 학군 때문에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며 “지역사회가 홍등가를 싹 밀어낸 이후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문ㆍ휘경뉴타운은 아파트 1만 가구가 들어서니 분위기가 사뭇 다르겠지만, 마찬가지로 걸림돌은 학군”이라고 덧붙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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