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MZ세대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혼인 신고의 유불리’와 ‘최적 시점’을 묻는 글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혼인신고 해도 될까요?” “부부합산 소득기준 때문에 혼인신고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같은 글이 눈에 띈다. 이에 “혼인 신고는 애 낳기 전까지 최대한 미루는 게 최선” “미혼보다 불이익이 많으니 굳이 할 필요 없다” 같은 댓글이 달려 있다.
결혼식을 앞둔 30대 직장인 A씨도 고민이 크다. 그는 예비 신부와 이미 함께 살고 있지만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혼인 신고를 미룰 계획이다. 예비 신부가 주택을 소유한 이력이 있어 혼인신고를 하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을 때 불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혼부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까지만 허용하는 반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규제지역 여부에 상관없이 LTV 80%를 적용한다.
A 씨 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오죽하면 ‘결혼 페널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결혼하면 1인 가구일 때보다 각종 지원이나 복지 혜택 측면에서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아 결혼이 벌칙(페널티) 같다는 뜻이다. 혼인신고를 하면 배우자 공제를 받는 등 이점이 있지만 가구를 합치면서 청약 기회가 반으로 줄고, 합산 소득이 늘어나 대출 장벽이 높아진다.
주택대출 조건 중 ‘소득기준’도 신혼부부가 혼인신고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대표적인 정책 금융 상품인 ‘디딤돌’ 대출은 금리가 연 2.15~3.00% 수준으로 다른 상품보다 금리가 낮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다. 가구 구성원 전원이 무주택이어야 하고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생애 최초·신혼부부·2자녀 이상은 7000만원 이하이고, 30세 이상 미혼자 역시 6000만원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혼부부 발목을 붙잡는 지점이 바로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이다. 30세 이상 미혼자에게 해당하는 기준이 6000만원이면 차라리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따로따로 대출받는 게 더 유리하다. 정부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정작 내놓은 정책이 되레 미혼을 권하는 사회로 이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신혼부부 특례대출 상품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부 합산 연소득 기준을 ‘8500만원’으로 올렸지만 최근 맞벌이 부부가 많고 평균 소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4024만원 수준이다. 맞벌이 부부라면 합산 소득이 적어도 8000만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청약 우선 공급 조건을 충족하는 맞벌이 부부 사례를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주택청약에서도 기혼자보다 미혼자가 더 유리한 경우가 있다. 한때 생애최초 추첨제에 지원하기 위해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 신혼부부가 늘어났던 적이 있다.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 중 한1인만 청약이 가능하지만, 미혼자 신분이면 각자 통장으로 청약을 넣어 당첨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3대책’을 통해 부동산 관련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미혼자에게 유리한 조건이 늘어났다고 본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청약통장 가입 2년 이상, 총 24회 이상 납입한 가구주만 청약할 수 있는데 조정대상지역이 대거 해제되면서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에 가구원도 청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도 가구당 최대 2건까지 받을 수 있게 돼 1주택자는 주택구입 기회가 두 배 늘어난 셈이 됐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부동산 규제 해제로 가구주 뿐만 아니라 가구원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오히려 미혼자 청약 기회가 더 늘어났다”면서 “결혼을 장려하려면 기혼자 혜택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소득 제한이 있어 오히려 미혼자가 유리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 소득 제한 기준을 확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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