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2월에 이어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소비자물가가 완만한 감소세로 돌아선데다 미국 실로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권 불안이 높아지고 국내 경제 지표가 악화하면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한은은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7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한은 최우선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인데, 그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을 크게 웃돌면서다.
한은이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은 올해 2월부터다. 물가상승률이 느리지만 완만하게 하락하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한은은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를 기록해 2월(4.8%) 대비 상승 폭이 크게 낮아졌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하락세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상승률이 올해 중반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연말이면 물가상승률은 3% 초반대로 떨어진다”고 전망했었다.
최악의 경제 상황 때문에도 금리 동결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13개월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1~2월에는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고물가, 고금리에 소비가 위축하면서 내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VB 붕괴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5월 금리 인상을 종료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부담도 약해진 측면도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현 금리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하거나 이르면 연말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은 마무리됐고 이제 인하의 시점을 고민할 때”라면서 “이르면 올 하반기 정도에 경기 둔화 흐름이 이뤄지면 점진적으로 베이비스텝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이는 듯 하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바로 회복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는 예측할 수 있는 박스권에 들어온 상수나 고정변수가 됐기 때문에 시장에 바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경기 침체나 역전세난,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 이슈에 따라 출렁거리면서 매물 소화 과정을 더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호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달리 보면 그만큼 시장이 안 좋기 때문에 금리를 못 올린다는 의미”라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 천장을 알게 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종합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는 다른 악재도 여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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