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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만 1년 새 2배 퍼붓더니…'사상 최대 적자' 직방 수술대 오른다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4.11 07:35 수정 2023.04.11 10:43

[땅집고] 부동산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프롭테크(prop-tech) 업계 맏형 격인 직방이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감원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외부 투자유치마저 힘들어지자 생존을 위해 ‘돈 안 되는’ 소프트웨어(부동산중개플랫폼)보다 ‘돈 되는’ 하드웨어(도어록)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일부 직원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시행했다. 성과 평가에 따라 모든 직군에서 일부 직원이 팀 리더와 개별 면담을 갖고 사직을 권고받은 상태라는 것. 직방 관계자는 “이제 막 인사평가가 끝나 실제 퇴사자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퇴사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권고사직 규모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땅집고] 2021년3월31일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이 최근 신분당선 판교역 기둥에 건 개발자 채용 광고. /고운호 기자


직방은 2년전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외부에서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었다. 당시 직방은 신입 개발자에게 초봉 6000만원을, 경력자에는 종전 직장 연봉 1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대 1억원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했다. 재직자에게도 연봉을 2000만원씩 올려줬다. 직방은 최근 감원이 당시 채용한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직방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직방은 기존 프롭테크 사업보다 ‘스마트홈’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 1200여억 원을 들여 삼성SDS 홈 IoT(사물인터넷) 사업 부문을 인수한데 따른 것이다. 삼성SDS 홈 IoT 사업 부문은 아파트 벽면에 설치하는 월패드, 디지털 도어락을 주로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직방은 디지털 도어록 등 제조 노하우에 직방이 쌓은 기술력을 접목해 ‘홈 OS(운영체제)’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홈 OS는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스마트폰 앱으로 방문객에게 아파트 공동출입문을 열어주고 냉난방·조명을 관리하고 엘리베이터도 컨트롤하는 식이다. 직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스마트홈 시스템 도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외부 투자금이 끊기면서 자체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 직방이 체질 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본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인력 충원으로 지난해 영업손실만 371억원에 달했다. 전년(82억원)보다 452%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2021년(130억원)보다 300% 가까이 늘어난 515억원이었다. 실제로 직방이 지난해 지급한 직원 급여만 234억원으로 전년(104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직방이 부동산 호황기에 공격적인 확장을 추진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을 여럿 인수하느라 손실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방은 2018년 아파트 실거래가와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호갱노노’를 시작으로, 셰어하우스 플랫폼 ‘우주’, 상업용 부동산 정보 플랫폼 ‘네모’, 욕실과 주방 청소 서비스 업체 ‘호텔리브’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스마트홈에 주력하는 것과 반대로 직방이 강조했던 부동산 중개 사업은 쪼그라드는 분위기다. 직방은 기존 사업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입장이지만, 야심차게 추진했던 온택트 파트너스와 청년중개사관학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온택트 파트너스나 청년중개사관학교는 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이 아니어서 직방도 경기 침체기에 중개사업을 계속 끌고 가긴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 “아예 없애진 않더라도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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