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구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전세 주택이 최근 4억원까지 낮아진 가격에 매물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헬리오시티의 평균 전세금 6억~10억원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해당 매물은 즉시 입주가 가능하지만, 집주인이 전세금보다 훨씬 많은 12억7000만원의 융자를 안고 있어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일 주택형의 헬리오시티 매매가격이 17억~1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70% 금액이 선순위 대출로 잡혔단 이야기다. 전세보증보험은 등기부등본상 선순위 채권이 주택가격의 60% 이내여야 가입이 가능하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국면이어서 집주인이 매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시세라면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고 대항력을 갖춰도 순위에서 밀려 전세금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전세금과 매매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시장에 저렴한 급매물이 쏟아지고, 이런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안전하지 않은 매물이 섞여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또 급매물이 증가하는 것은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긴 집주인이 급증한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반기부터 가계 금융 전반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 전세금 미반환, 내년 상반기 정점 전망…“정부, 기민하게 대응해야”

올해 하반기부터는 집값과 전세금이 더 하락하면서 자금 계획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가구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등록임대사업자 보증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두 달 간 발생한 개인 임대사업자의 전세 보증사고는 총 22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건) 대비 221배 늘어난 것이다. 보증사고는 HUG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이때 HUG 는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지급액을 돌려받는다 .

지난해 연간 기준 개인 임대사업자의 보증사고는 총 135건인데, 올해 들어 두 달 만에 전년 기록을 넘어섰다. 사고 금액은 올해 555억원으로, 이 역시 지난해 1년 치 사고 금액인 321억원보다 72.9% 높은 수치다.

현재와 같은 집값 하락세가 지속한다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있는 갭투자 주택은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갭투자 주택 40%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집값이 27% 하락했을 경우에는 보유한 현금성 금융자산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한 대출을 고려했을 때, 보유 주택을 처분해도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임대인은 최대 1만3000가구로 추정했다.

홍기원 의원은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더 큰 위험이 잠재된 만큼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등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 “자금난 겪는 집주인 되도록 빨리 처분하는게 낫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지속적인 하락세인만큼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일단 집주인의 경우 최대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활용해 세입자와 협의를 통해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2024년 가장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는 경우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감소할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도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능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보증금 예치제도 등을 도입하거나 보증금을 사용할 경우 임대인이 반환보증에 가입하게 하는 등 보증금 미반환 위험 대응 체계를 일찍이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아직까지는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가격도 정체하거나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자금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라면 웬만하면 처분해서 빚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했다. 또 “세입자들도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선순위를 보장받을 수 없는 안전하지 않은 주택에 전세로 들어가면 안 된다”며 “역월세를 요구하거나 월세 아파트로 이사하더라도 세입자는 선순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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