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기차 충전기에 자물쇠 떡하니…기막힌 '전기 도둑' 알고 보니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4.06 08:00

[땅집고] “아파트 입주민 회장이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서 혼자 사용하고 있어요. 자물쇠를 걸어놔서 다른 입주민은 못 쓴답니다. 주차장 한 칸에는 ‘EV’라고 떡 하니 적어놔, 주차 공간도 독점했어요. 그야말로 전기도둑 아닙니까?” (부산 동구 한 아파트 입주민)

[땅집고] 부산시 동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개인 충전기. 보관함에 빨간 자물쇠가 걸려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부산시 동구 한 아파트의 전기차 충전기 글이 화제다. 글을 쓴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입주민 회장 B씨가 주차장 한 켠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후, 이를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전기차 충전구역은 물론, 주차장은 공용공간에 포함된다. 아파트 구분 소유자가 이곳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이 공간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입주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땅집고] 부산시 동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회의록에 전기차 충전기 안건이 적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전기차 충전기는 B씨가 자비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가 입주민 동의를 구하거나 그런 노력을 기울인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A씨는 B씨의 충전기 설치에 대해 동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전기차 충전구역도 A씨가 임의로 설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9조에 따른 전기차 충전구역은 녹색 바탕에 흰색 실선과 문자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주차장은 일반 주차장에 흰색 실선만 그어 놓은 형태다. 바닥도 녹색이 아닌 콘크리트 색감 그대로에, 조잡한 형태의 ‘EV’ 글자만 적혀있다.

[땅집고] 부산시 동구 한 아파트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 구역. /온라인 커뮤니티


B씨는 왜 이 같은 편법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입주민들의 지탄을 자초한 것일까. 먼저 이 단지가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라서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의무 대상은 아파트의 경우 100가구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지난해 1월부터 적용됐으나, 이전에 준공된 단지에도 소급적용된다. 그러나 이 곳은 93가구로, 가구 수가 기준에 못 미친다.

소규모 단지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 여부가 입주자 선택으로 남으면서, 입주자 간 갈등을 유발한 셈이다. 실제로 A씨는 B씨를 건축법과 소방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A씨는 충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충전기 불법 설치 및 공용공간 점유가 문제가 아니다”며 “충전기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했다.

[땅집고]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른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대상. /김서경 기자

관할 동구청은 이 갈등에 개입할 입장이 아니라고 했다. 건축법 위반사항으로 보기 어렵고, 소방법은 소방서 담당이라는 것. 동구청 관계자는 “그나마 집합건물관리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구청이 할 수 있는 최대 조치는 경고 수준이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용시설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만으로 혐의가 성립한다는 설명이다. 형법 329조, 346조 등에서는 전기처럼 관리가 가능한 동력은 재물로 간주한다. 이를 훔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전기차 등장 초기에는 전기를 훔치는 행위를 절도로 볼 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실제로 처벌받은 판례가 제법 있다”며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 누리꾼들은 “전기 도둑이 틀림없다” “회장이 혼자 쓰는 전기인데, 입주민들 관리비로 나가선 안 된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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