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해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를 경신한 예외적인 사례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서 간간히 이런 사례가 나왔다면, 올해는 마포구, 양천구 등 실거주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수요 동향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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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1채를 구입하려는 이른 바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주목받으면서 일부 초고가 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하는 경우가 있었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한 것은 비슷한데, 예외적으로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금리 인상 탓에 예전처럼 보유 자금을 통째로 부동산에 묶어두기 부담스러워진데다, 세부담 완화, 대출한도 상향 등 부동산 규제가 풀리면서 주택 소유자들이 똘똘한 1채에 집착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 양천구·마포구·성동구 ‘신고가’ 거래 등장
최근 비강남권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이 반등하거나, 심지어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해당 지역 전체적으로는 집값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지만, 단지별 예외적인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주로 마포구, 성동구, 양천구 등 실수요가 많은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5단지 122㎡(이하 전용면적)가 지난 2월 24억1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거래는 2020년 6월 이후 첫 계약인데, 상승액이 2억1000만원이었다. 서울 마포구 신촌그랑자이(1단지) 84㎡도 지난달 9일 14억8000만원 거래된 뒤 같은 달 21일 16억원에 팔려 최고가를 찍었고, 가격도 1억원 이상 상승했다.
은평구 진관동 ‘마고정3단지센트레빌’ 아파트 167㎡는 지난 2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돼 이전 최고가인 14억5000만원보다 4억원 상승했다.
이런 추세와 달리 강남권 아파트는 하락세가 가팔랐다. 강남구 압구정현대1차 131㎡는 지난달 35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작년 44억원과 비교하면 9억원 떨어진 가격이다. 서초구 신반포자이 84㎡도 2월 27억8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신고가인 작년 7월 35억5000만원보다 7억7000만원 하락했다.
■ 규제 완화로 숨통 트인 다주택자, ‘중저가 아파트’ 노린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주택 보유 수에 따라 격차가 컸던 세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는 올해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예컨대 84㎡ 기준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과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을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작년엔 보유세가 7300만원이 넘었는데, 올해는 2300만원만 내면 돼 약 5000만원의 세금이 준다. 예전같으면 이 경우 흑석동 아파트를 처분하고 강남구에 더 비싼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있었지만, 이제는 2주택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시가격이 많이 하락하는 등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크게 낮아지면서 여러 주택을 보유해도 자산을 지키는데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전엔 비강남권 지역에서 주택 수를 줄이려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강남권 고가주택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요즘은 고가주택을 팔고 저가주택 여러 채를 구입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심하게 규제하고, 범죄시하는 경향도 있었다면, 이번 정부에선 그러한 시각이 해소됐다, 전반적인 가격 하락으로 세부담이 많이 감소한데다 대출규제마저 사라지면서 자금 여유가 생긴 수요자들이 9억~20억원 사이에 있는 중간 가격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쉬워진 영향도 크다”며 “자금을 보유한 사람의 상황에 따라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른 바 ‘똘똘한 한채’와 ‘주택 여러채 보유’ 방식이 병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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