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내 10대 건설사 사업보고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모두 공개됐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마다 아파트 분양 및 수주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탓에,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한 기업이 10곳 중 7곳에 달했다.
건설사 돈줄이 말라가는 가운데 임직원 연봉은 어떻게 조정됐을까. 땅집고가 지난해 10대 건설사별 CEO와 사외이사 연봉,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을 직전년도와 비교해 정리했다.
■10대 건설사 CEO ‘연봉킹’은 GS건설 허창수 회장 ‘61억’
먼저 10대 건설사 CEO 연봉은 모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이나 미공시 등 사유로 전년도와 연봉 비교가 어려운 사례를 제외하면, 평균 상승률이 47.7%에 달했다.
연봉 1위는 61억2300만원을 받은 GS건설의 허창수 대표이사 회장이다. 2021년 연봉이 37억79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연봉이 62% 넘게 뛴 셈이다. 허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임병용 부회장 연봉은 32억7800만원으로, 역시 전년도(20억2600만원) 대비 상승률이 허 회장과 비슷했다.
다만 GS건설 영업이익이 2021년 6464억원에서 지난해 5538억원으로 14% 줄었는데도, CEO 연봉 상승률은 60%를 넘은 점이 주목을 끈다. GS건설 측은 사업보고서에서 “허 회장 연봉 61억2300만원 중 급여(기본연봉·역할급)가 24억1000만원이며, 상여금이 37억1300만원”이라며 “성과급은 국내외 경제 및 경기상황, 경쟁사 대비 성과, 위기 대응 능력 등으로 구성하는 비계량 지표에 따라 연간급여의 0~200% 범위 안에서 지급한다. 이에 따라 허 회장 성과급으로 전년도 고정 연봉의 160%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CEO 연봉 상승률이 50%를 돌파한 건설사는 3곳 더 있다. 이 중 DL이앤씨가 가장 극단적인 추이를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4969억6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8% 줄어 거의 반토막났는데, 같은 기간 마창민 대표이사 연봉은 6억500만원에서 10억6300만원으로 76%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 24% 감소한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연봉은 17억9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6% 상승했고, 영업이익이 30% 줄어든 포스코건설 한성희 대표이사 연봉은 10억3100만원으로 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업이익과 CEO 연봉이 함께 상승한 곳은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 2곳 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5282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에 오세철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13억2600만원 연봉을 가져갔다. 전년 대비 22.6%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 연봉은 17억6600만원으로, 4% 뛰었다.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은 연봉을 받는 CEO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최익훈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연봉이 5억원 미만이어서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 달에 한 번 출근하고 수천만원 챙기는 사외이사들
건설사별 사외이사 연봉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외이사들은 기업에서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비상근으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이사회에 참석하며 수천만원 이상 연봉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외이사에게 가장 많은 연봉을 준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다. 평균 2억3500만원을 지급했다(감사위원 3명 제외). 지난해 삼성물산 이사회가 총 6번 열린 점을 감안하면, 단순계산으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3900만원 이상을 챙겼다는 얘기다. 사외이사 5명 중 ‘필립 코쉐’의 이사회 참석률이 67%로 유독 저조한 점이 눈이 띈다. 필립 코쉐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최고생산성책임자(CPO)를 역임한 외국인 사외이사로 2018년 영입했다. 삼성물산이 그에게 설계조달시공(EPC) 및 에너지 등 사업분야에 대한 자문을 맡기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외이사들이 나름 바빴던 곳은 롯데건설이다. 평균 연봉 7200만원을 받고 총 20번 이사회에 참석했다. 10대 건설사 중 이사회 개최 횟수가 가장 많다. 지난해 하반기 소위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자 롯데건설이 부동산 PF대출 및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이사회를 열었던 영향이다.
일반 사원들 평균 연봉은 10대 건설사 중 8곳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승률이 10% 이상으로 물가 상승률보다 더 높았던 기업이 총 4곳이다.
삼성물산은 직원 연봉을 2021년 1억1300만원에서 지난해 1억2500만원으로 10.6% 정도 올렸다. 기존 SK건설이던 회사명을 바꾸고 업역을 확장한 SK에코플랜트는 직원 연봉이 평균 9400만원에서 1억600만원으로 약 12.7% 인상했다.
포스코건설은 영업이익이 4409억원에서 3086억원으로 30% 감소했는데도, 직원 평균 연봉은 8700만원에서 9800만원으로 1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 연봉 상승률은 약 12%(8400만원→9400만원)로 나타났다.
반면 연봉이 깎인 건설사도 있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태를 겪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영업이익이 57%나 줄면서, 직원 평균 연봉도 7300만원에서 6700만원으로 8.3% 감소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롯데건설 역시 직원 연봉이 5.5%(9100만원→8600만원) 줄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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