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무도 안 산대, 글쎄"…'전세 사기' 후폭풍에 빌라 시장 꽁꽁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4.05 07:59

[땅집고] “작년 ‘빌라왕’ 사태 이후로 화곡동 일대 빌라 매수 문의가 뚝 끊겼어요. 매매 거래 못한 지 6개월이 넘어갑니다. 살 사람이 없으니 팔고 싶어도 팔지를 못하는 집주인이 많습니다.”(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인근 로얄부동산의 민경관 대표)

[땅집고]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 창문에 구제 방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다세대ㆍ연립 등 빌라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와 고금리, 보증보험 가입 기준 상향 등으로 전세가 안 나가고, 그 때문에 매매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래 절벽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1755건으로 나타났다. 3월 매매건수가 아직 집계 중인데도 이미 작년 3월(1426건)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신설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실수요층을 위한 대출 및 세제 규제를 대폭 풀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늘어난 외지인 매입도 한몫하고 있다. 1·3대책으로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고,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문턱이 확 낮아지면서다.

/그래픽=박기람 기자


반면 빌라는 더 깊은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올 3월 다세대ㆍ연립 매매건수는 1258건으로 나타났다. 작년 3월 3206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10분의 1까지 떨어졌다. 중구는 작년 31건에서 올 3월 3건으로 매매건수가 뚝 떨어졌다. 1월부터 3월까지 누적 거래량을 보면 차이는 더 크다. 작년(8532건)보다 두 배 이상 떨어진 3930건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각종 악재가 겹치며 빌라 매수세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우선 작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며 빌라 기피 현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빌라가 전세사기 온상지로 낙인이 찍히면서 자연스럽게 매매 거래는 감소했다.

아파트 가격이 호황기 때보다 20%가량 떨어진 점도 빌라 매수를 꺼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매수자들이 아파트 대체재인 빌라 대신 아파트로 쏠리고 있다는 것.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방 대신 서울로 쏠리는 청약 시장처럼 빌라 시장도 아파트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서울시가 내놓은 모아타운ㆍ모아주택 등 재개발 사업에 기대감을 품은 사람들이 빌라를 사들이며 이른바 ‘몸테크’(실거주하며 오를 때까지 몸으로 버티기)에 나섰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가 대거 풀리고 아파트값까지 떨어지자 빌라 대신 재건축 단지 매수세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강서구 화곡동 태양공인중개사사무소의 민복기 대표는 “빌라 매수세는 전세사기 얘기가 스멀스멀 나오던 작년 초부터 끊겼다가 모아타운 기대감으로 소자본 갭투자가 이어졌던 것”이라면서 “지금은 보증보험 문턱이 높아지면서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그나마 있던 거래마저 끊겼다”고 말했다.

/조선DB


전세사기 피해 방지 대책으로 정부가 전세금반환보증 기준을 강화한 것도 악영향으로 꼽힌다. 정부는 전세사기 대책으로 오는 5월부터 전세금반환보증 대상을 기존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추고, 가격 산정 기준을 공시가격 150%에서 140%로 낮추기로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시지가의 150% 기준에 들어오면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는데, 올해부터 공시지가의 126%(140% X 90%)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예컨대 공시가격이 1억원인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1억5000만원으로 책정해도 1억5000만원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기준이 바뀌면서 1억1400만원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의미다. 더구나 올해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 금액은 더 낮아진다. 전세금반환보증 금액이 떨어지면 전세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빌라 매수자 입장에서는 투자 금액 몇천만원이 뛰고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6%대로 올라가면서 갭투자 매매거래가 맥이 끊겼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빌라 매매시장은 관망 하락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 송파동 평안공인중개사무소의 오문열 대표는 “금리불안과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저가 급매물 외에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역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빌라 시장은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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