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970년대 부동산 중개업소 사무실에서 자욱한 담배 연기 사이로 할아버지 서넛이 화투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손님이 들어서면 화투패를 든 채로 응대하곤 했다. 소위 말하는 ‘복덕방’ 풍경이다.
복덕방은 1985년 중개업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공인중개사 제도가 생기면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중개업소 사무실에서 누런 계약서 종이가 사라지고, 전자계약시스템을 진행할 수 있는 컴퓨터도 등장했다. 공인중개사 제도 도입이 ‘중개업계가 진일보한 계기’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최근 중개업계 선진화에 다시한번 날개를 달아줄 방안이 나왔다. 바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공인중개사협회 의무 가입 등을 골자로 한다. 현행 법상 공인중개사협회 가입은 임의 규정이다. 협회 입장에서 회원 관리와 지도 근거가 없다. 이런 허점 탓으로 현재 부동산 중개시장에는 무자격자와 불법 중개업소가 활개치면서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협회 설립 명문화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 윤리의식 고양 등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그야말로 중개업계 품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개혁 입법이다. 개정안을 시행하면 공인중개사들은 국민에게 지금보다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인중개사 관련 다른 법률 개정안 역시 소비자 보호 수단인 만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미납 국세 및 지방세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임대차 현황 및 정보제공 요구 ▲법인 중개사무소의 위법 등록 취소 시 3년 간 개설 제한 등이다. 대부분 국민재산권 보호에 꼭 필요한 사안이다. 새 제도를 도입하면 공인중개사 의무는 늘어난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소비자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만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협회 법정단체화 역시 시급하다. 변호사와 법무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감정평가사 등 다른 전문자격 직종은 이미 대부분 협회가 법정단체다. 일각에서 ‘공인중개사 법정단체가 생기면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탁상공론일 뿐이다.
일각에선 공인중개사 법정단체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 기업과 연결해 속칭 ‘직방 금지법’이라는 선동적 용어까지 사용하며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도 도입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이자, 무지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직방 금지법’이 아닌 ‘국민 보호법’이다. 개정안 취지가 국민에게 더욱 질 좋은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계도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전세사기나 중개사고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글=김동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문위원, 정리=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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