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박원순표 콤팩트시티' 물건너가나…3400가구 공급 무산 우려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3.04.04 07:59 수정 2023.04.04 13:50

[땅집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주택 공급 정책 일환이었던 ‘콤팩트시티’ 사업 대다수가 중단되거나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서울 정비사업 일정이 줄줄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향후 5년 간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콤팩트시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8년 발표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의 핵심전략 중 하나로 버려지거나 이용률이 떨어지는 도로 위, 공터, 차고지 등 공공부지에 주거·여가·업무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박 전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대신 기존 건물을 보존한 채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기조에 따라 공공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고 도시환경도 개선한다는 방침이었다.

[땅집고] 컴팩트시티 주요 세부사업 개요. /서울도시보증공사(SH)


사업지는 ▲신내4지구(북부간선도로 상부) ▲강일 버스차고지 ▲장지 버스차고지 입체화 ▲연희 교통섬 ▲증산 빗물펌프장 등 총 5개 지역이다. 각각의 사업은 2021~2022년 착공해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할 계획이었다.

신내4지구에는 신내IC~중랑IC 약 500m 구간 약 7만5000㎡에 공공주택 1000가구, 경의선숲길이 끝나는 연희동 일대 교통섬 유휴부지(4689㎡)에 300가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앞 증산빗물펌프장 상부 부지(6912㎡)에 300가구, 송파구 장지 버스공영차고지(2만5443㎡)와 강동구 강일 버스공영차고지(3만3855㎡)에 1800가구의 청년·신혼주택 등 총 34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3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현재 콤팩트시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던 5개소 중 기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으며 대다수 사업장의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SH에 관계자는 “‘콤팩트시티’ 사업은 최근 서울시가 ‘입체도시 사업’으로 사업 이름을 변경해 추진 중”이라며 “신내 4지구는 기존에 인공 대지 위에 주택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가 서울시와 협의해 범위를 줄이는 등 관련 계획을 변경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강일·장지 버스 차고지의 경우 공약 사항, 주민 및 자치구 의견, 입지조건 등을 고려해 장지 차고지에 대해 우선 추진 중이며 버스 차고지 종사자 의견 수렴과 화재 안전성 강화를 위해 공간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연희 교통섬의 경우 가구 수와 생활형 SOC 등의 계획을 변경해 관련 설계를 진행 중이다. 증산 빗물펌프장은 기존 계획이 아예 취소됐다. 차후 부지 활용 관련해서는 서울시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공급 대책 기조가 이전 시장의 정책 기조와 달라진데다 최근 공사비가 오르고 금융권 또한 위기감이 감돌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불확실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 등 외부 요인들에 인해 국내 각종 PF사업 진행이 난감한 상황”이라며 “오세훈 시장의 핵심 정책인 용산을 비롯한 서울 주요 유휴부지에 대한 정비사업 개발 계획도 당분간 관망하는 단계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시 기간별 입주 물량. /부동산지인


문제는 지난 정부를 비롯해 박원순 전 시장이 공급하기로 했던 주택 수가 줄어드는데다, 최근엔 원자재값 상승과 경기 침체로 서울 정비사업 일정 또한 불투명해지면서 ‘공공택지 공급 공백기’와 이로 인한 집값 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컴팩트시티가 들어서는 유휴부지 뿐 아니라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3000가구→800가구)와 지난 정부에서 서울 공공택지로 발표한 태릉CC(1만 가구→6000가구)에서도 공급 가구 수가 줄어들 예정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대학원 겸임교수는 "2013~2017년 박근혜정부 당시 수도권에 공급한 공공택지가 올림픽공원 두 배 크기인 330만㎡(100만평)에 불과해 당장 내년부터 서울 입주가 급감한다"며 "향후 3~5년 후 3기신도시 입주시작 전까지 공공택지 공급이 급격히 줄어 집값 급등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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