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이 둘은 다자녀 아니래요" 민간분양 특공 넣으려다 좌절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4.04 07:41 수정 2023.04.04 10:30

[땅집고] “2자녀부터 다자녀 특별공급이 가능하다더니, 공공분양만 되고 민간분양은 아니라네요. 내 집 마련하고 아이 둘을 키울거면 공공분양이 많은 신도시로 가라는 건데, 직장이나 아이 중 하나를 포기하라는 거죠.”(한 자녀를 둔 맞벌이부부 A씨)

정부가 2자녀 가구에 대해 아파트 특별공급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분양 특별공급 다자녀 기준은 여전히 3자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제고’ 효과를 거두려면 민간분양도 2자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땅집고] 2023년 예정된 공공분양 물량.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에선 ‘2자녀 특공’ 꿈도 못 꾼다?

정부가 공공분양 특별공급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바꿨지만, 당장 혜택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분양 물량 자체가 민간분양에 비해 훨씬 적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공공분양(사전청약) 예정 물량은 송파구 성동구치소 부지(320가구), 강서구 마곡10-2(260가구) 등 800가구 정도다.

이마저도 확정된 물량은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 27일 “올해 구체적인 사전청약 공급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했다.

[땅집고] 올해 상반기 서울 분양 예정 주요 단지. /김서경 기자


반면 서울에서도 민간분양은 5000여 가구가 예정돼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민간분양 역시 일정이 미뤄질 수 있지만 공공분양과 달리 공사기간에 맞춰 분양을 진행해야 하므로 예정대로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간분양은 다자녀 기준이 3자녀 이상이어서 2자녀는 자격이 안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자녀로 다자녀 특별공급을 받는다는 것은 서울에선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온다. 실제로 공공분양 대표지역으로 꼽히는 창릉신도시나 왕숙신도시는 경기도 고양시와 남양주 물량이다.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공공분양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다.

■다자녀 기준 ‘2자녀 이상’ 정부 정책 기조에도 역행

전문가들은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민간분양 특별공급 다자녀 기준도 2자녀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분양 다자녀 기준이 생긴 2006년 1.13명이던 출산율이 현재 0.78명으로 심각하게 떨어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이미 2자녀부터 다자녀로 보는 대출 상품이나 지자체 조례가 많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 공공분양과 민간분양 다자녀 기준을 차별하는 것은 ‘2자녀를 다자녀’로 보는 정부 정책 기조에도 역행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무주택자 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이 대표적 사례다. 생애 최초로 집을 구매하는 무주택자면서 자녀가 2명 이상이면 2%대 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정책 상품이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인 셈이다. 최근 서울시는 공영주차장ㆍ공공요금 감면 혜택 등 다자녀 혜택을 2자녀 가구부터 받을 수 있게 조례를 개정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분양 기준을 바꾼다면 민간분양 기준도 바꿔야 한다”며 “다자녀 특별공급이 자녀가 많은 가구에 우선권을 주는 것인데, 현재 합계 출산율이 1명이 채 안되는 상황이니 2자녀도 다자녀인 셈”이라고 했다. 이어 “다자녀 규정을 만든 것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였는데, 10여년 간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며 “지금이라도 정책 효과를 보려면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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