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맹꽁이와 문화재에 막힌 본청약…전세난민 악몽 또 시작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4.02 10:04 수정 2023.04.03 11:00

[땅집고] 당초 올해 본청약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내년 이후로 밀린 공공분양 아파트. /이지은 기자


[땅집고] “이러다간 맹꽁이와 문화재 때문에 아파트 공급이 아예 중단되는 건 아닌 지 모르겠네요.”

문재인 정부 시절 사전청약을 진행한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 6000여가구의 본청약이 예기치 못한 돌발 악재 탓에 내년으로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사업지 곳곳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인 맹꽁이와 문화재 등이 나오면서 하릴없이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사전청약을 했다가 수년간 전월세를 전전해야 했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분양 6000여가구 본청약, 내년으로 연기

새 아파트 청약은 주택 착공 시점에 맞춰 진행하는데, 이보다 더 빨리 입주자를 모집하는 것을 사전청약이라고 말한다. 이후 1~2년 뒤에 나머지 주택 물량에 대한 본청약을 진행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본청약을 진행하기로 계획했던 수도권 공공분양 사전청약 아파트 중 10개 단지(7193가구)가 내년 이후로 일정을 연기했다. 임대주택을 제외한 분양주택 물량만 5920가구다. ▲고양 장항지구 ▲남양주 진접2지구 ▲성남 낙생지구·복정2지구 ▲의왕 월암지구 ▲파주 운정3지구 등이 포함됐다.

[땅집고] 최근 아파트 사업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보호동물인 맹꽁이. /조선DB


그런데 본청약이 늦어지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와 무관한 측면이 있다.

성남 복정2지구 A1블록(666가구)은 당초 올해 5월 본청약을 앞두고 있었지만 사업장에서 맹꽁이가 나오면서 착공이 무기 연기됐다. 의왕 월암지구 A1블록(446가구)와 A3블록(424가구) 역시 맹꽁이 문제로 본청약 시기가 올해 5월에서 내년 이후로 밀렸다. 맹꽁이는 환경부가 지정·관리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종이다. 사업시행자는 맹꽁이를 보존하기 위한 대체 서식지를 마련한 뒤에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남양주 진접2지구에선 지난해 문화재가 나와 본청약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현재까지 나온 유물은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삼국시대 우물·구하도 등이다. 문화재청 지시에 따라 정밀조사와 추가시굴을 거쳐야 하는데, 조사 구역이 35만㎡에 달할 정도로 넓어 단기간에 마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6월 분양 예정이던 파주 운정3지구 A20블록(612가구)은 초등학교 설립 문제로 LH와 파주교육지원청 간 협의가 2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다. 고양 장항 S1블록(869가구)은 미이주 건축물과 연약 지반 처리 문제를 두고 철거가 지연되면서 본청약 시기가 따라서 밀렸다.

■“올해 본청약 기다렸는데…전월세 난민되는 것 아니냐”

[땅집고] 경기 하남 감일지구 사전예약 당첨자들이 입주 지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감일지구 사전예약자 피해대책위원회


본청약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올해 LH 등 공공이 분양하는 아파트 물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총 6353가구에 그친다. 문재인 정부 시절 3년여 동안 연 평균 1만7112가구를 공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가장 당혹스러운 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사전예약(지금의 사전청약 개념)했다가 본청약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길게는 10년여 동안 전월세 계약을 연장해가며 떠도는 난민 신세가 됐던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땅집고] 2009~2010년 사전예약했다가 본청약이 늦어진 보금자리주택지구 아파트. /LH, 윤관석 의원실


LH가 2009~2010년 사전예약 제도를 통해 보금자리주택지구에 공급한 주택은 총 13개 지구에 3만344가구다. 이 중 최소 3년 8개월 이상 본청약이 지연되는 단지도 나왔다.

대표적인 곳이 하남 감일지구다. B3블록과 B4블록의 경우 당초 2010년 11월 사전예약을 받고 2013년 5월 본청약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보다 5년 7개월 늦은 2018년 12월에야 본청약이 시작됐다. 사전예약에서 입주(2021년 10월)까지 10년 11개월이 걸렸다. 사전예약자 총 1만3398명 중 최종 입주자는 전체의 41%(5512명)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이 기다림에 지쳐 당첨된 주택을 포기하고 다른 주택 매입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사전청약만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처음 발표한 일정대로 주택을 공급한 적이 드물어 선의의 피해자가 적지 않았다”며 “정부가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에서 사전청약, 본청약, 입주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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