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오토바이를 아파트 정문에 주차하고 걸어 오라는데, 이건 정말 너무한 처사예요. 더운 여름에 생수나 수박을 들고 갈 때는 정말 힘들어요. 탑차도 단지 내에 들어가는데, 오토바이는 왜 못 가는 거죠?“ (오토바이 배달기사 A씨)

“아이들과 오토바이가 부딪히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한 거예요. 그리고 정문에서 각 동 출입구까지는 10m~100m에 불과해요. 워낙 고층이라서(최고 59층) 각 동엔 고속 엘리베이터도 8대 있고요.”(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관리사무실 관계자 B씨)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가 단지 내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한다며 단체 행동을 벌여 주목을 끌었다. 이 곳은 지하5층~지상 최고 59층, 8개동 2700가구 규모로 2013년 준공한 주상복합 단지이다. 준공 직후부터 단지 내 오토바이 통행을 제한했다. 아파트 측은 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오토바이 출입 제한’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무려 10년이나 된 규정인데, 갑자기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 일대 배달기사들로 꾸려진 민주노총 소속 배달플랫폼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지난 28일 "택배 차량은 지상 진입을 허용하면서 음식 배달 오토바이만 통행을 차단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이 아파트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정문에 오토바이를 주차한 후 방문자 명부를 작성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물건 배달하는데까지 시간 낭비가 심각하다는 이유도 든다. 더욱이 여름철에는 헬멧을 쓴 상황에서 생수 등 무거운 물건을 들고 이동하려면 부담이 가중된다는 주장이다.

이날 시위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9월 한 배달 기사가 ‘단지 내 오토바이 통행 금지’ 사실을 모른 체 오토바이를 타고 단지에 들어갔다가,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이면서다. 이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단체 행동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헬멧을 벗어야 실내에 들어갈 수 있거나, 지하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등 출입에 제한을 두는 단지가 늘었어도, 이 아파트는 특히 심각한 수준을 요구한다”며 “배달 기사들 사이에서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단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측은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는 워낙 고층으로 설계돼 1층에 기둥이 많은데, 기둥 뒤에서 오토바이와 어린이 충돌 사고가 빈번했다는 것. 아파트 관리사무실 관계자는 “1층에서 아이들과 오토바이 간 충돌 사고가 많이 일어나서 주민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한 것”이라며 “배달 기사들을 불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조치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이 단지는 어린이가 1000명이 넘을 정도로, 아이들이 많이 산다”며 “지난해에도 오토바이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몸싸움이 벌어진 경위 역시 주민 안전을 위해 ‘출입 제한’을 안내했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 직원이 배달 기사를 막아서다가 폭행을 당했다”며 “결국 지나가던 주민이 경찰에 신고해 일단락됐다”고 했다. 이어 “동간 간격도 좁은 데다 고층 엘리베이터가 넉넉히 있는데, 왜 갑자기 이 규정을 문제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주민들의 추가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만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 입주민은 배달 앱(app)에서 음식 등을 주문할 때 1000~2000원 상당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통상적으로 도로 출입구(게이트 기준) 안쪽의 공간은 사유지로 여겨진다. 택배차량은 물론,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 통행에 대해 입주민들이 제한을 걸 수 있는 이유다. 이날 항의 시위 이후 배달 기사들은 아파트 규정에 따라 정문에 오토바이를 세운 뒤 배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그 아파트는 배달 안 가면 되겠다" "시킨 사람이 밖에 나와야지" "기사들이 운전을 거칠게 하나 봄"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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