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인천시민연합 등 10개 단체가 지난 27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D Y 노선을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착공해달라고 요구했다.
인천시민연합은 이날 정부가 6월 발표 예정인 GTX 확충 통합기획 연구용역에 인천공항행 GTX-D Y자 노선을 포함할 것과, 정부 임기 내 Y노선 착공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민연합이 요구하는 GTX-D Y자 노선은 경기 김포 장기동과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부천종합운동장, 서울 강남 등을 거쳐 남양주 팔당, 경기 여주시까지 110㎞를 연결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김포 장기역에서 부천종합운동장까지만 연결하는 서부권광역급행철도를 제안했다가 주민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인천과 강남을 곧장 연결하는 GTX-D Y 노선을 구축한다고 공약했다.
최근 인천뿐만 아닌 경기 구리시, 동두천시 등에서도 GTX추가 노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각 지역 요구가 기존 철도 노선과 중복되는 경우도 있고, GTX 완공 시기인 2030년 이후부터는 인구 감소 등으로 수도권의 교통 이용객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와 보다 면밀한 수요 분석이 필요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 “GTX-D Y노선 임기 내 착공을”…노선 연장 요구 ‘봇물’
지난 정부는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 수립연구 공청회에서 김포 장기동에서 부천종합운동장을 연결하는 서부권광역급행철도를 제안했다. 하지만 강남까지 곧장 이어지지 않는 노선이어서 경기 서부지역 주민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다.
심지어 이름에서 GTX도 사라졌다. 서부권광역급행철도는 엄밀히 GTX가 아니란 것이 당시 정부 입장이었다. GTX는 도심에서 수도권 외곽지역까지 8량 열차로 지하 40m 깊이에서 표정속도 100km/h, 최고 180km/h 이상 속도로 달린다. 서부권광역급행철도는 이 같은 형태와 꼭 같지 않을 수 있단 의미다.
이후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경기 김포 장기동과 부천종합운동장, 서울 강남 등을 거쳐 남양주 팔당, 경기 여주시를 잇는 노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천시민연합은 여기에 더해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하나 더 추가하는 안을 포함해 대통령실에 건의했다.
인천시민연합은 GTX-D 사업 여건이 2021년보다 나아졌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의 손실보전금 문제로 사업성이 떨어졌지만, 최근 국토부가 이를 선투자 방식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또 Y자 노선과 제2공항철도는 기술적으로 인천공항2터미널역에서 영종하늘도시역까지 약 7km 구간을 공용 선로로 사용할 수 있어 7000억원의 공사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인천공항 철도 접근성이 취약한 여주, 광주, 원주의 86만 인구가 사업성을 늘려줄 것이라는게 시민연합측의 주장이다.
GTX 연장선 요구는 다른 지역에서도 줄을 잇고 있다. 경기 동두천시에서는 최근 3억원을 들여GTX-C 동두천 연장 타당성·기술 검토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C노선 종점 양주 덕정역을 동두천역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두 역의 연장 거리는 9.6km다. 경원선 선로를 공동으로 활용하면 동두천 연장 운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에선 GTX-B 노선에 갈매역 추가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에서도 GTX-B 춘천, GTX-A 원주 연장선에 대한 용역 수립에 착수했다.
■ GTX-D ‘Y노선’ 사업비 약 10조…“꼼꼼한 수요 분석 필요”
하지만 업계에선 각 지자체가 요구하는 노선의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인구 감소 추이를 고려하면 철도가 완공하는 10~20년 이후에는 경기 외곽지역 교통 이용 인구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예산문제도 만만찮다. 예컨대 인천시가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GTX-D Y자 노선 예산은 총 10조 781억원에 달했다. 현재 가장 빠른 개통이 예상되는 GTX-A노선 사업비가 재정구간과 민자구간을 합쳐 총 5조원 규모다. A노선의 2배쯤 되는 셈이다.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사업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는 최근 GTX-D Y자 노선과 제2공항철도 건설 사업을 연계하는 연구 용역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2공항철도 사업의 경우 앞서 시가 2020년 국토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 반영하고자 진행했던 용역에선 B/C값이 0.76으로 나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받았다. B/C가 1 이상일 경우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GTX 첫 출발 노선인 A노선의 개통 시기조차 현재 불투명하단 점이 문제다. 서울시가 삼성역 구간에서 진행하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 속도가 전체 GTX 공사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시차가 벌어지면 강남을 지나는 A노선을 비롯해 대부분의 노선이 한동안 반쪽짜리로 운영될 것이 뻔하다. 삼성역에는 GTX, 위례과천선 등 다양한 철도 노선이 지나는데 추가 대심도 노선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안전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통 노선이 늘어날수록 철도 노선 사업성이 떨어진 것은 당연하다, 각종 데이터를 고려하면 2030년 초반까지는 수도권의 교통 이용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감소한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라며 “주민의 요구 사항을 고려하되 절충안을 찾는 해법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각 지역에서 요구하는 노선들 중 기존 철도와 겹치는 부분이 발생하면 중복투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공약한 사항이라도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만큼 타당성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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