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코오롱글로벌 매출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수입차 판매 실적이 주력 사업인 건설 매출을 뛰어넘었다. 코오롱글로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계약 매출은 2조1512억원, 수입차 판매 매출은 2조2994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문이 코오롱글로벌에 합병된 이후 10년 만에 매출 주력 업종이 뒤바뀐 것이다.
업계는 코오롱글로벌의 이 같은 변화를 단순히 매출 역전 현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코오롱 그룹의 4세 경영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오롱글로벌은 자동차 부문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분할 한 후 올해 1월1일자로 신규법인으로 분리했다. 그리고 대표 자리에 코오롱가(家) 4세인 이규호 사장을 앉혔다.
■수입차 판매 매출, 건설 부문 역전…4세 경영권 승계 본격화
코오롱글로벌 연간 매출(연결기준)에서 건설 매출이 수입 자동차 판매 매출에 처음으로 밀렸다. 건설매출은 코오롱글로벌 매출에 2021년까지 중추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2020년에는 총 매출에서 절반(52%)이 건설에서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2조1512억원으로, 총 매출의 4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수입차 판매 실적은 나날이 호조를 띤다. 같은 기간 총 매출에서 수입차 판매 비중은 36%에서 46%로 뛰었다. 2021년에는 2조원을 돌파했다. 코오롱글로벌은 1987년 BMW 공식 딜러사로 시작해 최근에는 아우디와 볼보, 지프, 폴스타까지 판매 브랜드를 늘렸다. 최근에는 판매 뿐 아니라 AS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수입차 판매 사업 규모가 커지고 그룹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되자 지난해 여름부터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법인 분리가 추진됐다. 이는 코오롱글로벌에서 자동차 부문만을 떼어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는 곧 코오롱글로벌 후계 구도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장으로 임명된 이규호 사장은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이 사장은 코오롱 4세로, 차기 총수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사장이 이끄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올해 1월 초 공식 출범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2025년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이라는 다부진 목표도 세웠다.
업계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법인 분리를 이 사장의 그룹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코오롱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이원만 전 회장, 고 이동찬 전 회장, 이웅열 명예회장에 이르기까지 장자승계를 유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원칙이 있다. 그룹 총수 자리를 승계받기 위해선 ‘반드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전통이다.
이 사장은 코로롱글로벌 내 수입자동차 판매 부문을 이끌며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차량 판매 실적을 올렸고, 결국 지난해 자동차 부문 매출이 주력인 건설 부문 매출을 추월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분할과 그간 무관이었던 이 사장이 대표자리를 꿰찬 것은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이자 보상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물론 지주사인 코오롱 지분을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이 사장이 그룹 총수로 가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어쩌면 분리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 부친의 후광이나 지원없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또다른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문 밀어주느라 주력인 건설부문 ‘찬밥신세’?
코오롱글로벌 내 주력 업종의 매출 역전은 코오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동차 부문에 큰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실 코오롱글로벌의 주력 사업이 건설 부문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현재의 코오롱글로벌은 1960년에 설립된 코오롱건설을 모태로 한다. 코오롱건설이 2011년 코오롱아이넷(무역)과 코오롱B&S(자동차 판매)를 합병하면서 '코오롱글로벌'로 사명을 바꾸며 그룹 발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자동차 부문이 합류하면서 코오롱글로벌 내 힘의 균형이 깨졌다. 건설 부문에 대한 투자 보다는 이 사장이 이끄는 자동차 부문에 힘이 실렸다. 지난해 도급순위 16위인 건설 부문은 시공능력평가액이 2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연구개발비는 9600만원(매출 대비 0.01%)에 그쳤다. 23위 동부건설(1.68%) 보다도 뒤쳐진다. 인사에서도 차이가 난다. 자동차부문 부사장은 2명인 반면에 건설부문 부사장은 1명 뿐이다.
일각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의 건설 부문 실적 감소가 시장 악화로 인한 분양 물량 줄이기와 사업 다각화가 맞물리면서 벌어진 결과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이들의 일반분양 물량은 2021년 9276가구에서 지난해 1419가구로 확 줄었다. 반면 토목이나 플랜트 등 비주택 공사 수주 금액은 늘었다.
이에 대해 코오롱글로벌 측은 “시장 침체로 인해 건설 부문 매출이 감소했다”며 경영권 승계 구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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