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현재 대구지역에 사기 전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명의 변경 업무를 한시적으로 중단합니다.”
최근 대구시 일대에 분양한 아파트 홈페이지마다 이 같은 문구가 내걸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국 최악의 집값 폭락 사태를 맞고 있는 대구시에서 소위 ‘마피 분양권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어, 아파트를 공급한 시행사와 시공사마다 수분양자들에게 사기 주의를 당부하는 경고문을 게시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 폭탄 대구시, ‘마피 분양권’ 노린 사기 기승
대구시는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으로 꼽힌다. 정부가 2020년 12월 달성군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구시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대출 제한·세제 강화·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매년 2만~3만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고, 1만~2만가구가 입주하는 ‘공급폭탄’까지 맞물리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4주까지 대구시 구별 집값 변동률은 ▲달서구 -20.78% ▲달성구 -19.30% ▲수성구 -19.04% ▲동구 -14.88% ▲중구 -14.47% 등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시 집값 하방 압력이 거세지자, 최근 2~3년 동안 공급한 새아파트 단지마다 분양가보다 싸게 파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당분간 대구시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수분양자들이 몇천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분양권을 매도해 자금 부담을 덜고 싶어하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 새아파트 분양권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많게는 1억원까지 붙어 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따르면 전용 84㎡(34평)를 기준으로 ‘동대구 해모로 스퀘어 웨스트’가 분양가보다 1억원 저렴한 4억160만원에, ‘서대구역반도유보라센텀’ 분양권이 분양가보다 6500만원 낮은 3억8550만원에 각각 매물로 등록돼 있다.
■마피 분양권 사기 유형…현금만 가로채고 ‘먹튀’, 깡통 명의 이용한 바지계약도
땅집고 취재 결과 대구시 아파트 곳곳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을 악용한 사기 사례가 포착됐다. 대표적인 단지가 최근 분양권 거래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서대구역반도유보라센텀’과 ‘서대구KTX영무예다음’ 등 이다.
사기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금액을 현찰로 받은 뒤 연락이 두절되는 이른바 ‘먹튀’ 사기행각이다. 예를 들어 대구의 한 아파트를 5억원에 분양받고 계약금(10%) 5000만원까지 납부한 A씨가 ‘마피 8000만원’을 붙여 매물로 내놨다고 가정하자. 이 매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A씨는 분양권 명의를 변경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자에게 3000만원을 현금으로 건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기가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 통상 수분양자인 A씨와 매수인이 공인중개사와 함께 분양사무소를 찾아, 분양권 명의 변경 및 대출 승계 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매수자가 ‘분양권을 4억2000만원보다 더 비싼 금액에 사줄테니, 현금으로 받게 될 3000만원에 대한 일부를 먼저 달라’고 역제안을 한다는 것. A씨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돈을 입금하면, 매수자는 현금만 챙기고 잠적해 꼼짝 없이 사기에 당하게 되는 것이다.
‘바지계약자’를 이용한 다른 수법도 있다. 브로커 격인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등으로부터 명의를 사들인 뒤, 이 명의로 수분양자 A씨와 마피 분양권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면 업체가 현금 3000만원은 물론이고 전세세입자를 구해 수억원에 달하는 보증금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애초에 명의자가 분양대금을 갚을 의지와 능력이 모두 없기 때문에, 아파트가 입주 전 경매로 넘어가면 전세세입자는 물론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권 모두 금전 피해를 입게 되는 구조다.
■분양권 거래시 승계계약 먼저…계약 전 현금부터 건네면 안돼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이던 2000년대에도 이와 똑같은 ‘마피 분양권 사기’가 횡행했다. 분양권 매도에 다급해진 수분양자들의 심리를 겨냥한 동일한 수법의 범죄가 최근 다시 등장한 것이다.
공인중개사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을 거래할 경우 반드시 분양사무소에서 승계 계약을 먼저 체결해야 하며, 그 전에는 매수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면 절대 안된다고 강조한다. 대구시 달서구에서 활동하는 이종석 정직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대구시를 비롯해 부동산 침체가 거센 지역마다 집주인들이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 새아파트 분양권을 매도하려고 조급해하는 분위기”라며 “분양권을 더 비싸게 사준다는 말에 혹해 상대방과 계약 체결 전 현금부터 건네면 바로 사기에 걸려드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마피 분양권 사기 행위가 포착된 ‘서대구역반도유보라센텀’ 시공사인 반도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이 마피 분양권 사기 사례를 경찰에 신고 접수한 상태”라며 “현재는 분양권 명의변경 요청이 접수되는 경우 매수자의 분양대금 납부 능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소득증빙자료를 강화한 상태다. 또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도 해당 사건에 대해 널리 고지하는 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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