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미분양 주택이 10만 가구까지는 갈 것”이라면서도 “위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해 주목된다.
‘미분양 주택 10만 가구’는 2009년(16만6000가구) 이후 최대다. 미분양 증가는 시공사 자금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자칫하면 금융권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그런데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수장이 ‘미분양 10만 가구가 위기는 아니다’라고 발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원 장관은 지난21일 한 언론사 행사에서 “미분양 물량 10만가구까지는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우량사업까지 미분양이 발생해 시장 전체가 마비되고, 전체 경제위기가 발생했던 금융위기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다. 이는 10년 2개월 만에 최대치다. 수도권이 1만2000가구, 지방은 6만3000가구다. 지방 미분양 중 대구가 1만3000가구로 지방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원 장관은 “1만7000가구 미분양이라고 하니 큰일 같지만, 대구는 2020~2021년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쏟아져 나온 곳”이라며 “대구 미분양 60%는 비교적 대기업이 갖고 있어 금융위기로 전이될 물량은 극소수”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초호황기 때 나온 물건으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비싸고 세금 부담이 커 미분양이 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원 장관이 건설업계를 향해 2가지 메시지를 던졌다고 본다. 우선 아직도 분양가에 거품이 끼어 있는만큼 가격을 더 낮추라는 압박용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미분양이 10만 가구에 달해 일부 건설사가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업계의 자정 작용으로 보고 가능한 마지막까지 개입을 늦추겠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건설사들이 이익을 내려는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미분양 문제는 업계 자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원 장관은 판단하는 셈이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원 장관이 미리 다 체크해보고 건설사들이 20~30% 싸게 팔아도 망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면서 “금융위기 때보다 건설사 체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 무너지는 건 부실 현장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원 장관은 지속적으로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사의 자구 노력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분양 주택은 소비자들이 ‘그 가격으로는 사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미분양 중에도 분양가를 낮추니 바로 판매된 사례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비싸서 소비자들이 사지 않는 주택을 정부가 세금으로, 그것도 건설사가 원하는 가격으로 살 수는 없다”며 “미분양 주택 문제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미분양 주택 매입을 고민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 발언을 계기로 ‘이번 위기를 통해 불량 현장은 거르고 우량 현장을 살리겠다’는 정부 기조가 다시 한 번 확실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10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중 우량 사업지인데도 불구하고 단기 유동성 위기에 빠진 사업장을 가려내 도움을 주겠다”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금융당국은 ‘50조 원+α’ 규모의 자금시장 안정 방안을 통해 양호한 부동산 PF 사업장의 ‘브리지론’을 ‘본PF’로 전환할 수 있도록 10조 원 규모의 보증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시기였다. 전문가들은 업계 스스로 자정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정부 개입은 불가피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도움을 줘야 하는 우량 사업장을 선별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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