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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억 빌딩 58억에 나왔대"…이런 '알짜 급매'를 못 잡는 이유

뉴스 글=김동혁 알파카부동산 과장
입력 2023.03.27 08:38 수정 2023.03.27 12:05

[빌딩투자 톺아보기] 당신이 빌딩 급매물을 못잡는 이유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빌딩에서 삼성역 방향으로 바라본 테헤란로 주변 오피스빌딩.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조선DB


[땅집고] 최근 빌딩 시장에서 ‘급매물’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데다 고금리 여파까지 겹치자, 빌딩을 서둘러 재매각하려는 건물주가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통상 급매라고 하면 뭔가 하자가 있거나 입지 등 상품성 측면에서 부족한 건물이라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매도자의 개인 사정 때문에 시세 대비 저렴하게 매물로 풀린 경우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서대문구에선 건물주 A씨가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입점해 있는 건물을 2021년 71억원에 매입했다가, 사정상 급매로 58억원에 매각한 사례도 나왔는데요.

빌딩 시장의 메카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급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빌딩 투자에 관심이 컸지만 좋은 물건을 찾지 못했던 수요자들이 이런 급매물이 나왔는데도 눈앞에서 놓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대체 이유가 뭘까요. 빌딩 업계 실무자로서 체감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내 자금 상황 고려한 ‘무릎 가격’ 찾아야…매입·매각 청사진 필요

보통 ‘청사진’이 없는 투자자들이 급매 기회를 종종 놓치곤 합니다. 이때 청사진이란 내가 이 건물을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지 예측하는 것을 말합니다.

통상 주택이나 주식 투자자들이 이 같은 계획을 잘 세우지만 빌딩 시장에선 이런 청사진 없이 ‘무조건 차익을 많이 남기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빌딩은 일반 아파트보다 투자 성격이 강해 완전한 바닥 수준에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진입해야 합니다. 즉 급매를 잡으려면 반드시 가격 측면에서 ‘무릎’ 수준이 어디인지,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야 하는 것이죠.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거래된 단독주택을 예로 들어볼까요. 인근 건물이 3.3㎡(1평)당 8000만원에 팔렸는데, 이 주택이 이보다 저렴한 6000만원대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평당 6000만원에 대지를 매입해 빌딩을 신축한 뒤, 건축비를 고려한 최저 금액 수준인 평당 1억3000만원 정도로만 매각해도 차익으로 24억원 정도를 거둘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B씨는 평소 청사진을 마련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 자금 수준에서 이 건물을 매입해도 괜찮을지 판단이 어려워, 막연한 두려움에 결국 해당 급매물을 놓치게 됐습니다.

■급매물 볼 때는 ‘너무 깐깐한’ 태도 지양해야

[땅집고] 급매물로 나온 빌딩 매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일반 매물과 관점을 달리해서 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급매물을 볼 때와 일반 매물을 볼 때 관점을 달리하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정상 시세로 나온 건물을 매입할 때는 다양한 요소를 따져보게 되는데요. 투자자 입장에선 건물 지하층이 대로변에 노출되는지, 건축적으로 디자인이 얼마나 괜찮은지 등을 확인한 뒤 계약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급매물을 볼 때는 ‘너무 깐깐한’ 태도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신축 부지나 리모델링용 건물을 급매로 매입하는 경우 통상 사용할 수 있는 면적과 그에 따른 예상 임대료를 산정해 수익성을 판별해야 합니다. 이후 건물이 완공했을 경우 어느 정도 금액에 재매각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정도의 청사진이면 충분합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서울 서초구 단독주택을 다시 보겠습니다. 이 주택은 용적률만 다 채워서 평범하게 디자인하더라도 평당 1억3000만원 정도에 매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까지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역세권 입지인데다, 이 일대 신축 부지가 평당 1억2000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추세였기 때문입니다. 즉 급매로 잡을 경우 수익이 보장된 대지였는데요. B씨는 건물 디자인이나 지하층 노출 여부 등 다소 복잡한 요소를 고민하는데 시간을 쏟는 바람에 결국 매물을 뺏기게 됐습니다.

빌딩 시장 투자 고수는 본인만의 기준을 충족하면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고, 부차적인 것들은 그 다음에 고민합니다. 급매를 볼 줄 아는 실력과 자세가 준비돼 있어야 원하던 급매물을 놓치지 않는 건물주가 될 수 있습니다. /글=김동혁 알파카부동산 과장,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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