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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46% 뚝…美 부동산 시장서 짐 싸는 투자자들

뉴스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2023.03.26 07:49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부동산 시장에도 철새가 있다

[땅집고] 최근 미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인중개업을 그만두는 중개사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땅집고]부동산 시장에도 철새가 있다. 철이 되면 몰려왔다가 철이 지나가면 떠난다. 요즘 주택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추위를 피해 철새들이 떠나고 있다. 모두 지난 2020년과 2021년 부동산 붐을 타고 물밀듯이 밀려든 철새들이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전문 투자자와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이다. 요즘 눈에 띄게 시장에서 사라지는 이들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투자자 거래 40% 이상 급감, 수익률 하락에 다른 자산에 눈독

불과 1년 전이다. 주택 시장의 투자자 유입 ‘명암’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임대 사업을 목적으로 한 전문 투자자들이 주택 구입 경쟁에 뛰어들어 일반 주택 구매자들이 집을 사기 힘들어졌다는 내용이었다. 2021년 12월 기준으로 매매된 주택의 5건 중 1건은 임대 전문 투자자에 의한 거래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문 투자자들의 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부동산 정보회사 레드핀에 따르면 전문 투자자들은 지난해 4분기에 약 310억 달러의 미국 주택을 구입했다. 규모로 보면 적지 않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 40.8%나 급감했다. 구매 주택 수 기준으로는 45.8%나 떨어졌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때 주택 시장이 붕괴하면서, 투자자 주택 구매가 45.1% 줄었었다.

[땅집고] 지난해 4분기 미국 부동산 투자자들의 주택 구매 건수가 46% 감소했다. /레드핀


2021년 역대 최고가로 주택을 쓸어 담았던 전문 투자자들은 리스팅 가격에 프리미엄을 더해 현금으로 주택을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 이자율 상승과 투자 가격 하락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 여력도 바닥이다.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오르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떨어져 주택 가격은 지난해 봄을 정점에서 약 11%가량 낮아졌다. 신규 주택도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주택 건설회사들의 31%가 가격을 평균 6% 이상 내렸다. 이에 따라 전문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좇아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문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고객들의 발걸음도 끊겨 지난해 기존 주택 판매는 NAR(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 집계로 전년 대비 약 18%나 감소했다.

모든 문제는 이자율에서 시작했다. 주식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모두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에 목을 매는 이유다. 모기지 뱅커 연합(Mortgage Bankers Association)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평균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6.4%로 전주 6.2%에서 소폭 상승했다. 1년 전 평균 이자율은 불과 4.05%였다. 최근 교외 지역의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연준이 계속 이자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진정세를 보이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레드핀은 주택 가격이 바닥이라는 신호가 보이면 투자자들이 올해 다시 시장에 돌아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2021년과 같은 활기는 다시 찾아오기 힘들 전망이다.

■ 대형 중개회사 대규모 인력감축

투자자와 함께 떠난 철새가 있다. 바로 공인중개사들이다. 먹거리가 없으니 생계를 위해 부동산 시장을 떠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런 현상을 포착했다. 주택 판매가 부진해, 중개사들이 다른 일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기사다.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부동산 중개 자격증을 준비해 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부는 실제 여러 거래를 성사시키며 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중개사 일을 멈추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본다는 사람도 있다. WSJ도 비슷한 상황의 40대 중반 중년 남성을 인터뷰했다. 지난해 봄 부동산 중개회사에 합류했던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이 없어 슈퍼마켓의 유제품 관리자로 돌아갔다.

2020년과 2021년 중개사 수는 주택 가격처럼 상승했다. 특히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서비스 직종의 사람들이 주택 시장에 유입됐다. NAR에 따르면 월간 리얼터 멤버십은 지난해 10월 160만명으로 정점을 이뤘는데 이후 3개월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 1월 150만명으로 줄었다.

특히 신규 중개사들의 이탈이 많았다. 거래가 줄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기존 고객이 없고 경험이 적은 신규 에이전트가 살아남기 힘들어진 것이다. 대형 부동산 중개회사의 인력 감축도 영향을 주고 있다. 2021년 수백 명의 리얼터를 신규로 고용했던 레드핀은 지난해 말 전체 인원의 13%가량을 대규모 해고했다. 온라인 중개회사인 질로우도 지난해 3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주택담보회사들도 주택 구매와 재융자 고객이 줄면서 인력을 크게 감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들이 부동산 시장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이미 부동산 에이전트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런 감소세가 주택 구매자나 판매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감소는 잠재 구매자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입찰 전쟁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철새가 떠나고 있는 미국 부동산 주택 시장, 토박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글=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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