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거리두기가 한참일 때도 벚꽃시즌에는 매출이 ‘확’ 올랐어요. 지난 봄과 비수기(한여름) 매출을 비교하면 약 3배 정도 차이가 나요. 석촌호수 벚꽃이 정점에 달할 때는 아르바이트생도 따로 뽑았을 정도랍니다. 올해 봄에는 더 바쁘지 않을까요?”(송리단길 B디저트가게 대표 조민영씨)
23일 낮 9호선 송파나루역 1번 출구로 나와 마주한 골목 풍경은 활기로 넘쳤다. 개성 넘치는 카페와 음식점 마다 점심 시간에 맞춰 이곳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송파구 명소로 자리매김한 ‘송리단길’이다.
■ 제철 만난 송리단길 “벚꽃 알바 뽑아요”
옷차림이 가벼워질수록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송리단길’을 찾는 나들이객이 늘고 있다. 송리단길은 석촌호수부터 9호선 송파나루역 1번출구 인근까지 이어지는 상권이다. 이곳은 서울 대표 벚꽃 명소 중 하나인 석촌호수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봄철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다. 석촌호수는 벚꽃 개화기에는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자 2017년부터 석촌호수를 따라 자리한 저층 주택가에 개인 카페나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일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도넛 열풍을 몰고 온 ‘노티드’, 유명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 등도 이듬해 이곳에 매장을 냈다. 지금의 송리단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계절의 영향을 받는 상권은 그리 흔치 않다. 하지만 송리단길은 벚꽃 필 무렵인 ‘봄’이 아주 중요하다. 벚꽃으로 흐드러지는 석촌호수가 코앞에 있어 나들이객이 몰리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카페와 식당, 사진관 등 송리단길 어지간한 가게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성수기를 맞이한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송리단길에서 3년째 디저트가게를 운영하는 조씨는 “비수기 일 매출이 30만원이라면 벚꽃시즌 매출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벚꽃이 피면 주말과 주중을 가리지 않고 석촌호수와 송리단길 일대 유동인구가 배로 늘어난다”고 했다.
최근에는 상권이 더욱 커졌다. 송파나루역에 있는 백제고분로 기준 북측이 기본 상권인데, 남측에도 상권이 형성되는 추세다. 이곳은 2020년만 하더라도 번화가 옆 주택가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개인카페가 제법 들어섰다.
■ 임대료 2년 새 껑충…그래도 성수동보다 저렴
이런 분위기는 송리단길 임대료를 끌어올렸다. 지난 3년 간 2배 가까이 올랐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송리단길이 있는 송파1동의 2019년 4분기 3.3㎡당 임대료(전층 기준)는 10만9080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는 20만3039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서울시 평균 임대료는 13만4566원에서 15만3155원으로 13.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 창업 수요는 높다. 유동인구가 많아서다. 주말이면 외지에서 젊은 층이 몰려오고, 평일에는 롯데몰과 롯데호텔 등 기업들과 송파구청 등 관공서 직원들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하반기 이곳에 쿠키 전문점을 연 오선언씨 역시 이러한 점에 주목해 성수동과 송리단길을 고민했으나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상권을 알아볼 때 성수동이나 다른 곳보다 송리단길의 유동인구가 꾸준하다는 분석이 많았다”고 했다.
상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송리단길 카페 권리금은 수천만원에 달한다. 1층에 있는 10평(33㎡) 카페 권리금은 3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실제로 지난주 대로변 한 카페 매물은 권리금 35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송파2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류호윤 대표는 “현재는 10평 기준 권리금이 4000만~5000만원 선이고, 8000만원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며 “권리금이 다른 상권보다 비싸도, 매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유명 아이돌 가수의 가족도 작년에 일식집을 냈다”고 귀띔했다.
송리단길의 미래는 상권 생존율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송파1동 신생 외식업 생존율(3년)은 2020년 37.2%에서 2022년 57.4%로 상승했다. 이는 ‘망리단길’이 있는 망원1동의 지난해 신생기업 생존율(3년) 47.1%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송리단길이 롯데몰, 석촌호수 등을 배후지로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는 “지하철이나 공원 중 하나만 끼고 있어도 상권 발달에 유리하다고 보는데, 이곳은 다 갖춘 상권”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또한 최근 송리단길 내 점포들이 선보이는 메뉴나 서비스가 세분화, 전문화되는 추세인데, 이는 구도심에서 신흥 상권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며 “송리단길이 침체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증거”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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