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은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그럼에도 "부동산 반등은 어렵다"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3.24 07:52

[땅집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폭으로 인상을 단행하긴 했지만,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5%포인트로 커졌다.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악재로 꼽히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멈췄지만, 부동산 시장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은행 파산이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를 촉발하며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땅집고]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美 금리, SVB 파산 등 은행 리스크에 ‘베이비스텝’ 인상에 그쳐

22일(현지시각)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종전 4.5~4.75%에서 4.75~5.00%가 됐다. 2007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연준은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최소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에 준하는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았다. 연준이 고물가를 잡겠다며 선포하면서다. 그런데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ㆍ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위기설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했다.

금리 인상이 SVB 파산의 주된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연준도 빅스텝 이상 금리인상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연준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으로 긴축 강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의 올해 말 미국 최종금리 수준은 기존의 5.1%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한 차례 더 남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연준의 긴축 사이클(기조)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땅집고]2023년3월22일(현지시간) 기준 미 연준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 격차. /그래픽=뉴시스


■한미 금리 격차 역대 최대…한은, 국내 경기상황 고려해 ‘동결’ 할 듯

미국이 베이비스텝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눈길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버틸 체력이 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경기가 심각한 상태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45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째,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째 하락세다. 고용지표도 엉망이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 수는 2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최소 4월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예상 범위 내로 소폭 인상에 나서더라도 한은이 동결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예상처럼 올해말 금리를 5.25%까지만 올릴 경우 한은은 올해 더 이상 추가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고 했지만, 미국 금리인상 점도표가 그대로인 점을 감안하면 동결 가능성이 높다”며 “한은도 환율 문제 때문에 한 번 정도는 올릴 수 있지만, 가급적 동결로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규제 완화가 이어지는 데에 더해 금리 인상이 사실상 멈추면서 부동산 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소폭 매수세가 살아날 수는 있지만, 냉각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소장은 “금리 인상이 끝나도 SVB발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나긴 힘들 것”이라면서 “실물 경제가 무너지면 부동산도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미국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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