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요즘 언론 보도를 보면 이른바 ‘전세 사기’ 관련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공인중개사에 대한 특별점검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전세 사고 원인을 공인중개사의 개인적 일탈에만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정부는 사고가 터지면 땜질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현행 부동산중개시스템 왜곡 현상을 직시하고 근원적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중개보조원 4명 이상인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전세사기 개입 가능성이 45배나 많다는 언론 보도는 의미심장하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중개보조원에게 업무지시를 잘못했거나,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지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중개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공인중개사사무소라면 중개보조원은 현장 안내 등 보조 업무만 수행하고, 물건 설명과 계약서 작성 등 주요 업무는 공인중개사가 진행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중개보조원 채용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중개보조원을 100명 이상 고용하며 불법 중개 행위를 조장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속칭 공장식으로 운영하며 보조원들이 실제 중개행위에 깊이 관여하다 보니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인중개사 1인당 보조원 5명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공장식 공인중개사사무소는 무자격자들이 자격증 대여 방식으로 불법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자격자가 중개업무를 진행하고 심지어 계약서 날인까지 한다. 부동산 거래 사고나 전세사기는 대부분 이런 시스템에서 발생한다.

이같은 불법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관청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사사무소에 공인중개사 사진 게시하기, 근무 중 명찰 패용하기 등 여러 방법으로 무자격자 척결 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전세사기 기사는 쉬지 않고 언론에 오르내리며 선량한 공인중개사의 위상을 깎아 내리고 있다.

무자격 불법사무소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단속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단속권한은 등록관청인 시·도지사에게 있으나, 등록관청 대다수는 담당공무원 1인이 수천개 중개사무소를 관리하고 있어 관리업무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 적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단속 규정이 유명무실하다.

불법 중개사무소를 손바닥 보듯 알고 있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단속 권한이 없어 어쩔 도리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법중개 척결은 백년하청이고, 이들에 의한 거래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국민 피해는 늘어가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공인중개사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된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협회의 법정단체화를 통해 공인중개사 의무와 지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세사기와 중개사고 근절을 위해서는 난립하는 중개보조원과 무등록 불법 중개업소를 강력하게 단속해야 하며 등록관청보다 불법 업소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협회를 통한 단속이 효율적이다. 협회가 불법중개 근절에 나서는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중개서비스 퀄리티도 높아지고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전세사고가 났을 때 공인중개사 대상 특별점검에 나서는 것은 일시적 처방이지만, 협회가 부동산시장 정화에 나서는 것은 국민피해 예방을 위해 결정적 조치가 될 수 있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조속하게 통과하길 희망하고 있지만 개정 법안은 속칭 ‘직방 금지법’이라는 누명을 쓰고 진척이 느리기만 하다.

현재 대한민국 모든 개인과 법인은 공인중개사법에 명시된 규정을 준수한다면 그 누구라도 중개업 진출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직방 금지법’이라고 선동하는 주인공은 누구인가. 공인중개사의 주머니에서 매출을 담보하고 있는 플랫폼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국민 피해는 늘어가고 있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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