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럴 거면 재건축 하자"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삐거덕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3.03.23 08:00
[땅집고]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 대림' 아파트. 이 단지 내 곳곳 벽면에는 리모델링 추진 동의서를 징구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전현희 기자


[땅집고] ‘노인 성형하면 미소년 되나, 두 번의 이사와 타향살이 하는 마음고생에 우리의 심신은 피멍든다.’

21일 찾은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 대림 아파트’. 단지 내 곳곳 벽면에 리모델링 추진 동의서를 징구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란히 붙어 있다. 순간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주민 갈등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행당 대림 아파트는 총 3404가구(임대 1005가구) 규모로 2000년 12월 준공한 단지다. 2021년 11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설립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리모델링 설계안이 주거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며 태클을 건 것이다. 물론 이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했다.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여러 개별 단지를 묶어 통합정비를 추진하는 ‘특별정비구역’에 대해 용적률 상향과 안전진단 완화 또는 면제 등의 특례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후도 기준도 30년에서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으로 완화되고, 재건축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절차 등을 통합 심의하기 때문에 사업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통합정비를 추진하는 재건축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보니 그간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행당 대림 아파트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명목상으로는 최근 공개된 리모델링 설계안에 대한 불만이다. 설계도면에 따르면 별동 증축을 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경우 동간 간격이 좁아져 조망권을 침해받는다는 것. ‘행당 대림 내 재신지킴이’ 관계자 A씨는 “현재 설계안대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면 건폐율이 32%라 동간 거리가 너무 좁아 거주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속내는 재건축 규제가 풀리는데, 이참에 리모델링을 접고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입주민 B씨는 “현재 단지 내 거주자 중 노인인구와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 이사에 대한 거부감이 커 당장 리모델링 추진에 소극적”이라며 “아직 사는데 큰 불편이 있을 정도로 단지가 노후화된 것이 아니라 현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준만큼 재건축 연한이 다다랐을 때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나아보인다”고 했다.

재건축은 리모델링에 비해 가구 수를 많이 늘릴 수 있다. 재건축을 통해 늘어난 물량을 분양하면 조합원 부담이 크게 준다. 이에 대해 행당대림 리모델링 추진위는 행당대림의 경우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을 추진했을 때 사업성이 더 높다는 주장을 편다. 추진위 관계자 C씨는 “재건축을 추진하게 되면 용적율을 기존 254%에서 300%까지 상향되기는 하지만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난 가구 수의 절반을 기부채납해야 하는데다 임대주택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고 현재 기준으로 초과이익도 환수해야한다”며 “반면 리모델링을 진행할 경우 법정 상한(300%)을 초과해 용적룰을 적용받을 수 있는데다 임대 가구를 지을 의무도 없어 재건축에 비해 내야할 분담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행당대림 뿐 아니라 리모델링 사업장마다 반대 세력과 추진 세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단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 2단지는 기존에 추진한 리모델링 사업을 멈추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준공 30년을 맞으며 재건축 가능 연한이 지났고 정부의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더는 리모델링을 추진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 성원2단지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목련마을 2단지 아파트는 리모델링 조합을 꾸려 사업을 추진했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 이후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조합원간 내홍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에 따르기보다는 사업 기간, 용적률 등을 고려해 단지별 상황에 적합한 사업방식을 택할 것을 권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단지를 통합적으로 정비한다는 측면에서 재건축 사업이 더 좋다”며 “하지만 아직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단지나 기존 용적율이 너무 높아 용적율 인센티브를 받았을 때도 크게 사업성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리모델링 방식이 최선일 수도 있다”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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