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네? 그 태권브이요?"…초대형 로봇에 192억 쏟아붓는 무주군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3.23 07:45 수정 2023.03.23 11:39

[땅집고] 최근 전북 무주군이 192억원 세금을 들여 태권브이 테마파크를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아니, 대체 언제 적 ‘태권브이’랍니까? 초대형 태권브이 로봇 만든다고 세금을 192억원이나 쓰다니…”

최근 전북 무주군이 192억원을 들여 ‘태권브이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970~1980년대 유행했던 만화 ‘로보트 태권브이’를 모티프로 테마파크를 조성해봤자 요즘 어린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일텐데,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무주군은 당산리 일대에 로봇체험공간인 태권브이 테마파크를 2025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태권브이 캐릭터를 활용해, 이 곳에 로봇 콘텐츠, 파일럿 훈련소, 태권브이 콘텐츠 전시체험관, 편의시설 등을 지어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다.

[땅집고] 전북 무주군이 205년까지 조성하는 태권브이 테마파크 모습. 부지 중앙에 12m 높이 태권브이 로봇이 들어선다. /무주군


테마파크에 설치하는 시설 중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초대형 태권브이 로봇’이다. 테마파크 부지 한가운데 들어서는 12m 높이 로봇인데, 외관이 태권브이를 쏙 빼닮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태권브이 로봇은 태권도 품새를 포함한 20개 이상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현재 부품 개발을 완료해 본체 조립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무주군이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캐릭터를 이용해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테마파크를 찾는 고객은 10세 이하 어린이들이어야 할 텐데, 과거 태권브이 캐릭터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현재 40대 후반에서 50대인 중년층이라 ‘수요 미스 매치’가 발생한다는 것.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요즘 누가 태권브이를 좋아하냐, 완전 ‘틀딱’(노인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차라리 ‘또봇’ 등 최신 캐릭터를 이용한게 낫지 않겠나”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땅집고] 전북 무주군 설천면 태권도원에선 태권도 시합이나 경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무주군


그런데 무주군이 태권브이를 고집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주가 ‘태권도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려면 다른 캐릭터보다는 태권브이가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무주군에 따르면 과거 삼국시대 백제·신라·고구려 접경지였던 무주군은 호국 무술의 본산으로 통했다. 이 일대 호국무사 9000명이 수련하였다하여 ‘구천동’이라는 지명이 생겼고, 호국무사들이 아침마다 쌀을 씻은 물이 눈처럼 하얗게 흘렀던 동네는 ‘설천(雪川)면’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을 정도라는 것.

무주군은 2014년 9월 설천면에 태권도원을 조성했다. 태권도 종주국의 정통성과 그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태권도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태권도 전문 공간으로, 4000석 이상 경기장과 공연장, 연수·숙박시설 265실, 국제회의시설 등을 갖췄다. 이 곳에선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국제태권도융합콘퍼런스 등 다양한 국내외 태권도 경기와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

[땅집고] 전북 무주군 설천면 일대 태권도원 공간 구성. /태권도원


무주군은 이 태권도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태권도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태권도 품새를 테마로 조성하는 명상숲길(1318m), 태권도원 유치·조성 기록화 사업, 태권마을 사업 등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태권브이 테마파크도 이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태권브이 공원 조성사업을 이끌고 있는 황인홍 무주군수는 최근 군청 직원 4명과 함께 프랑스로 연수를 떠나기도 했다. 대형 로봇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해외 사례를 배우려는 목적이다. 이들은 프랑스 북서부 도시 낭트를 방문한다. 낭트는 과거 조선소와 공장이 밀집한 지역이었으나 산업이 쇠퇴하면서 폐허로 방치됐다. 낭트시는 이 폐건물들을 철거하는 대신, 공장 부속품들로 거대한 기계 동물과 놀이시설을 지어 특별한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그 결과 삭막하던 공장 섬이 연간 60만명 방문하는 세계 최고의 기계 동물 테마파크로 부활할 수 있었다.

황 군수는 “태권브이랜드가 완공되면 기존 무주태권도원과 태권마을, 추진 중인 국제태권도 사관학교 등과 연계해 무주군의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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