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교통 빼고 모든 게 완벽한데 지하철 개통이 코앞이니, 하락장이라도 집을 보러온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열에 아홉은 8호선을 기대하고 오는 거죠. 최근 거래된 37층 매물도 적정가격이에요.” (다산역롯데단지넷부동산 중개업소 이선미 대표)
1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경의중앙선 도농역 2번 출구로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20여분 달리니 40층 규모의 ‘다산자이아이비플레이스’(다산자이)가 보였다. 단지 정문 약 50m 앞에서는 지하철역 공사가 한창이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국의 집값이 속절없이 무너졌을 때에도 다산자이 등 다산신도시 일부 단지에서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억대 상승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8호선 연장선 개통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교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집값에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8호선 연장선이 개통되면 다산역에서 잠실역까지 이동시간은 기존 1시간에서 20분 이내로 대폭 단축된다.
8호선 연장선은 북쪽 끝인 서울 강동구 암사역에서 경기 남양주시 별내역을 잇는 노선으로 별내선으로도 불린다. 총연장 12.9㎞에 6개 역이 들어선다. 토평역 부근 싱크홀 문제로 공사가 지연돼 올해 연말 개통은 불발됐지만, 현재의 공정률 등을 고려할 때 내년 6월 개통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하철 기대감은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에 속속 반영되고 있다. 다산신도시 대장주로 꼽히는 ‘다산자이’는 한동안 거래가 끊겼으나, 최근 3억원 넘게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104㎡(37층)는 지난달 21일 11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단지 직전 거래가격인 2021년 4월 8억원에 비해 3억3000만원이 뛰었다. 2021년이 부동산 상승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거래인 셈이다.
이 단지는 다산신도시에서 지하철 개통 수혜를 가장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지하주차장과 역 출구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선미 대표는 “이곳은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는 단지가 된다”며 “강남으로 출근하는 이들에겐 이만한 선택지가 또 없다”고 했다.
다산역에서 도보로 5분 이내에 있는 ‘다산한양수자인리버팰리스' 전용 84㎡(6층)는 지난달 11일 8억3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1월 7억3000만원(9층), 7억4500만원(8층)에 거래됐으나, 한달 사이에 1억원이 올랐다. 인근 ‘다산롯데캐슬' 전용 84㎡도 올 1월 6억8300만원(7층)에 거래됐지만, 이달 1억1000만원이 오른 7억9700만원(9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두 단지(정문 기준)는 다산역 출구까지 거리가 각 270m, 340m에 불과하다.
올해 2월에만 6건의 거래가 발생한 ‘힐스테이트다산’ 84㎡도 최고 8억2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1월 신고가는 7억9000만원. 억대 상승은 아니지만 한달만에 약 3000만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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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신도시는 유독 별내선에 대한 기대감이 큰 편이다. 약 2km거리에 있는 경의중앙선 도농역 외에 지하철이 없어 현재는 사실상 ‘교통불모지’라서다. 별내선에 들어설 6개 역 중 다산역은 잠실역(2호선), 천호역(5호선) 등으로 환승할 수 있다. 다산자이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다산은 서울 바로 옆인데도 대중교통이 열악하다”며 “광역버스를 타고 잠실역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길이 막히면 2시간까지 걸려 불편이 상당하다”고 했다.
별내선 개통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되기는 했지만 입지에 따라 상승폭이 1000만~4000만원에 그치는 등 천차만별이다.
하락 거래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구리시 수택동 장자호수역(예정) 역세권 단지인 ‘한성3차’ 전용 59㎡는 지난해 4월 7억1800만원에 팔렸으나, 올해 1월 5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하철 개통에 따른 호재보다 하락장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은 대부분 지역에서 도보로 15분이면 지하철역에 닿지만, 신도시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버스를 15분 타야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여기에 주민 대부분이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신도시일수록 교통 편의성이 더욱 중요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어 “추후 8호선이 개통되면 주거 편의성이 향상돼 아파트 가격이 더욱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역시 교통 편의성 덕분에 매수세가 붙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다산자이’의 경우 아파트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상복합이지만, 지하철 역 연결이라는 장점 덕분에 다른 단지보다 선방했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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