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불패 신화' 깨졌다…서초구 집값, 맥없이 추락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3.19 09:39

[땅집고] 지난해 서울에서 집값이 유일하게 상승했던 서초구 아파트가 올들어선 가격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서초구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한강변 노른자 땅에 분포해 있다. 같은 강남권인 강남구나 송파구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도 없어 작년 전국 아파트 폭락장에서도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선 ‘서초 불패’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거래심리가 살아나고 가격도 반등 조짐을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다. 올해 강남권 전반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난데다, 하반기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겹친 것이 서초구 아파트 낙폭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지에서는 정부 규제 완화가 고가 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초구 집값을 흔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 부담이 사라지면서 ‘똘똘한 한 채’ 대신 중저가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것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 ‘서초 불패’ 옛말…올해 들어 집값 ‘흔들’

16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서초구 아파트값은 0.53%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같은기간 서울 전체는 -0.25%였고, 다른 지역 대부분이 마이너스 변동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1~2월 서초구 아파트값 변동률은 -1.26%를 기록하며 하락 국면으로 들어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단지 전용 96㎡가 지난달 22일 23억9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달 9일 거래된 24억2000만원보다 3000만원 정도 낮은 가격이다. 직전 최고가인 2021년 10월 31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2년도 채 안 돼 7억원쯤 떨어졌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아파트값이 지난해까지 상승하다가 최근들어 본격 하락하고 있다. 단지는 재건축이 추진 중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단지. / 김리영 기자


이 단지에서 한강변쪽으로 약 1km 떨어진 신축 단지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도 지난달 18일 27억원에 거래돼 작년 최고가 34억원보다 7억원 넘게 하락했다. 신반포청구는 2월 말 59㎡가 15억1000만원에 실거래돼 2년만에 4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한강변 대장 단지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최근 두 차례 유찰 끝에 경매 절차가 중단됐다. 지난해 첫 경매에선 감정가 42억원으로 한 차례 유찰됐고, 이후 33억6000만원으로 진행한 두 번째 입찰도 유찰됐다. 3차 기일에서는 감정가가 이 주택형 최고가 44억원의 절반 수준인 26억8800만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경매신청인이 법원에 개인회생개시 절차를 신청하며 경매가 중단됐다. 개인회생 승인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경매 절차가 다시 진행되는데, 낙찰이 이뤄지면 집값이 반토막 나는 셈이다.

서초구의 잠원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거래된 하락 매물들은 대부분이 급매로 다 팔려나간 것이고 이후부턴 집주인들이 호가를 조금 높였는데,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금리도 계속 오르는데다 올해는 신축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매수세가 예전같지 않다”고 했다.

■ 서초구 ‘똘똘한 한 채’ 보다 중저가 아파트에 수요 쏠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서초구 집값 하락의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처분하고 고가 주택 1채에 자금을 모아뒀는데, 규제가 풀리면서 여러 채 보유해도 큰 부담이 없게 된 것이다. 부동산R114 에 따르면 지난해 가격 하락 폭이 컸던 강동·송파구 대단지 급매물을 비롯해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이 되는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올해는 비교적 다주택자가 시장에 참여하기 자유로워졌다”며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시행과 맞물려 고가 한 채보다는 임대수요가 따르는 중저가 아파트 여러채를 갖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겨지면서 고가 아파트 상승세가 멈추고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초구는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되면서 풍선효과가 있던 지역”이라며 “수도권 외곽처럼 가격 조정이 컸던 곳은 하반기 바닥을 다지면서 하락세가 주춤할 수 있는데, 서초구처럼 거래량이 적고 낙폭이 미미했던 지역은 뒤늦게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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