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옥상? 테라스로 쓰지 뭐" 내력벽 부숴버린 펜트하우스 집주인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3.14 08:14 수정 2023.03.14 08:35

[땅집고] “더 비싼 값을 주고 펜트하우스를 산 데다, 집 옆에 옥상이 있으니 제가 써도 되지 않나요?” (순천 매곡동 한 아파트 최상층 주민 A씨)

전남 순천 매곡동 한 아파트에서 한 집주인이 옥상을 자기 집 테라스로 쓰기 위해 콘크리트 벽을 뚫는 황당한 일이 벌어져 화제다. 이 아파트 최상층 펜트하우스 소유주 A씨가 출입구가 없는 옥상과 자기 집을 오갈 수 있는 출입구를 만들겠다며 벽을 뚫는 공사를 감행한 것. 그런데 이 벽은 건물 하중을 받치는 내력벽으로 알려졌다. 잘못 건드리면 건물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15조에 따르면 건물 내력벽을 철거할 때는 입주자 동의가 필요하다. 순천시청에 따르면 A씨는 주민 동의 기준인 2/3를 얻어 적법하게 공사를 진행했다. A씨가 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들통나 논란이 되고 있다.

[땅집고] 전남 순천 매곡동 한 아파트 단지의 펜트하우스 평면. /서한건설


A씨의 집으로 알려진 주택은 84㎡에, 한쪽 면에 창이 다섯개나 설치된 5베이(BAY) 구조다. 창문 너머에는 테라스가 있다. 이외에도 주방 우측에 방 1개와 크기가 유사한 테라스가 있다.

A씨는 안방 북측에 있는 옥상(빨간 네모 부분)을 자신의 테라스로 만들고자 내력벽을 뚫었다. 평면도를 보면 옥상과 A씨의 집을 잇는 출입구는 없다. 공사 허가권을 쥔 순천시청과 건물을 지은 서한건설 역시 A씨가 테라스로 만들려 한 곳에는 출입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의 지속적인 민원에 못 이겨 서한건설은 평면도에도 없는 문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서한건설 관계자는 “시공은 평면도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서도 “A씨가 수년 전부터 문을 만들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주민 동의를 구한 데 따라 테라스 출입구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씨가 주민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속임수를 썼다는 사실이다. 그는 순천시청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공사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청 관계자는 “적법하게 공사 진행 허가를 내준 것”이라면서도 “A씨가 주민들에게 ‘펜트하우스에 테라스를 만들기 위해 벽을 뚫는다’고 설명하지 않고, ‘단순한 인테리어 공사’라고 말해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후 순천시청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주민들이 공사 허가 취소를 요구하자, 지난달 7일 A씨에게 해당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

이 황당한 사건은 주민들이 갑작스런 굉음을 듣고, 관리실에 확인하면서 알려졌다. 엘리베이터에 인테리어 공사라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일반적인 공사 소리를 능가하는 소리에 다들 당황해했다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A씨의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공동주택관리법 3조는 ‘입주자 등은 공동체 생활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이웃을 배려하고 관리주체의 업무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봤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건축법 위반을 적용하기 위해선 A씨가 내력벽 철거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주민 동의를 구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건축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며 “나아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기 위해 주민들을 기망한 경우라면 사기죄 성립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변호사는 “A씨가 공용 부분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형법상 권리행사 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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