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LG도 떠나고…또 아파트 들어선대요" 시름에 빠진 안양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3.13 07:45

[땅집고] 최근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던 LG연구소가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이 부지를 1430억원에 손에 넣은 KT&G는 아파트 500여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안양 LG연구소가 철거 작업에 들어갔더라고요. 안양에 있던 굵직한 기업들이 자꾸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아파트만 지어대니, 이러다 ‘베드타운’ 될까봐 참 걱정입니다.”(경기 안양시 주민 A씨)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경기 안양시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던 ‘LG안양연구소’가 최근 대대적인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LG그룹이 서울 마곡지구에 조성한 ‘LG사이언스파크’로 연구개발 인력을 모두 이동시키면서다. 기존 안양연구소 부지는 매각했다. 이 땅에는 500여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LG안양연구소의 철거를 바라보는 지역 사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과 연구소의 이탈은 LG안양연구소가 처음이 아니다. 이에 앞서 LS전선과 대한전선이 먼저 떠났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어김없이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러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도시 경쟁력 마저 잃을 것이란 위기감도 감돈다.

■LG 안양연구소 철거, 그 자리에 아파트 500가구 들어선다

[땅집고] 1990년대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들어선 LG안양연구소 전경. /조선DB


LG안양연구소는 경기 안양시 호계동 533-3번지 일대 3만7791㎡ 규모 부지에 지어졌다. LG전자가 과거 LG정보통신이던 시절부터 문을 열어, 이동통신과 관련한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IT 요람’으로 활용했다. 지하철 1·4호선 금정역 인근에 있으면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30여분이면 진입이 가능한 입지였다.

그러다 LG그룹이 2018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조성한 본사 겸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 ‘LG사이언스파크’로 연구 인력과 장비를 모두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안양시에는 악재가 닥쳤다. LG그룹이 안양시에 연구소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2019년 부지를 KT&G에 1430억원에 전량 매각하고 안양시를 떠나버린 것.

불 꺼진 LG안양연구소 자리는 앞으로 아파트 단지로 채워질 예정이다. KT&G는 이 곳에 지하 2층~지상 20층, 5개동, 총 516가구 규모 아파트와 최고 18층 높이 지식산업센터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안양시가 지난해 10월 이 같은 내용의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공고하면서 올해 연구소가 전면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안양 떠나는 기업들…“베드타운 전락 우려”

그동안 안양시 지역 경제를 책임지던 굵직한 기업들이 떠난 자리에는 죄다 아파트가 들어섰다.

실제로 과거 호계동 일대에 자리잡고 있던 LS전선 공장부지는 총 410가구 규모 ‘안양 호계 푸르지오’로 탈바꿈해 2015년 입주를 마쳤다. 대한전선 안양공장 부지 역시 총 1463가구 대단지인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로 개발 완료돼 2016년 입주했다.

[땅집고] 크고 작은 기업들이 떠난 경기 안양시 일대 빈 땅마다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베드타운화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사진은 안양시 일대 신축 아파트 전경으로,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주완중 기자


안양시가 자족기능을 잃고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선 자족도시와 베드타운 간 집값 온도차가 크기 때문이다. 각종 기업들이 밀집해 경제 활동이 활발한 지역일수록 경쟁력이 높은 만큼 주거 수요가 풍부해 집값이 따라서 오르는 반면, 일자리 없이 아파트·오피스텔만 빽빽히 들어선 베드타운은 가격 상승세가 비교적 더딘 편이다.

이에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양시가 과거 기업에 보유했던 공장이나 연구소 등 부지에 아파트를 건축하는 계획을 무조건 승인해주기 보다는, 어느 정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여론을 고려했는지 최대호 안양시장은 “안양시를 쇠퇴하는 베드타운이 아니라 4차 산업 중심도시로 가꿀 것”이라며 “박달·명학·호계·관양·평촌 등 총 5개 권역 3.29㎢ 부지에 각각의 주력 산업을 유치해 경제적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부지 크기만 판교테크노밸리의 4~5배”라고 밝힌 상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안양시의 경우 입지상 경기권 안에서도 서울과 가까운 편이고, 호계동 일대에 대규모 지식산업센터가 몰려 있는 IT밸리가 조성돼 관련 기업 입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지역 경제를 대표할 만한 굵직한 기업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세금 혜택을 주는 등 지자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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