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여러분이 알고 있는 ‘남산돈까스’는 다 거짓말입니다!”

‘원조 논란’이 불거진 서울 남산의 ‘남산돈까스’가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생긴 남산돈까스는 남산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남산 하면 돈까스’라는 입소문이 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2021년 누가 남산돈까스 ‘원조’인지를 두고 갈등이 벌어졌다. 건물주가 1992년부터 남산돈까스를 운영한 세입자를 쫓아낸 뒤 같은 자리에서 그대로 식당을 운영하자, 인근에 새 남산돈까스 가게를 차린 세입자가 이를 폭로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번진 것이다.

■‘남산돈까스’ 원조 논란, 그 시작은

1992년 남산 자락인 서울 중구 소파로 103-1번지에서 식당 ‘남산돈까스’를 창업한 A씨. 식당은 이내 남산을 찾는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장사는 번창했다. 지금도 많은 단골들이 인근 녹지공간과 대비되는 ‘남산돈까스’의 주황색 간판을 기억한다.

어느날 A씨는 같은 남산 자락에 건물을 보유한 B씨 일가로부터 ‘이 곳으로 돈까스집을 옮겨서 운영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해당 건물 주소는 서울 중구 소파로 101번지. 솔깃한 제안에 A씨는 B씨 일가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1999년부터 이 곳에서 남산돈까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건물주가 지분을 쪼개 상속하면서 문제가 벌어졌다. 상속인 중 하나였던 건물주 막내아들 C씨 부부가 미국에서 귀국하면서다. C씨 부부는 2012년 A씨를 건물에서 퇴거시킨 뒤, 같은 자리에서 ‘101번지 남산돈까스’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남산돈까스 상징이었던 주황색 간판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했고, A씨 업력까지 도용해 ‘Since 1992’(1992년부터 영업해왔다는 뜻)라는 문구를 간판에 넣기도 했다.

■건물주, 손해배상 5억 소송 제기…1심 “영상 허위사실로 볼 수 없어”

쫓겨난 A씨는 2015년 기존 건물로부터 1km 정도 떨어진 소파로 23번지에서 다시 남산돈까스 식당을 차렸다. 하지만 건물주 일가가 가로챈 ‘101번지 남산돈까스’가 40여개 분점을 차리면서 운영 수익을 쓸어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벌이가 변변치 못했다.

억울했던 A씨는 2021년 자신의 가게를 찾은 유명 유튜버 ‘빅페이스’에게 그간의 사정을 토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빅페이스는 남산돈까스 원조를 밝혀야 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해 게시했다. 영상은 조회수 100만회를 넘길 정도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자 건물주 일가가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5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빅페이스 측에는 영상을 삭제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건물주 일가는 “A씨가 임대차계약 종료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악의적인 내용을 퍼트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이 제기한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유튜브 영상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영상금지 가처분 신청 역시 무혐의로 기각했다. 이에 건물주 측은 손해배상 금액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 즉시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남산돈까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동안 원조 사장님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다”, “식당 인지도를 훔쳐가더니 건물주 횡포가 너무하다. 앞으로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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