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연트럴파크' 부럽지 않네…아날로그 감성으로 요즘 뜨는 이곳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3.10 07:20 수정 2023.03.11 06:38

[땅집고] “감성적인 카페나 맛집이 많다고 해서 친구랑 와 봤어요. 그런데 산책로까지 있으니 마치 쉬러온 것 같아요.”(20대 직장인 박모씨)

주말인 지난 5일 낮 찾은 서울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2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경춘선 숲길 산책로를 걷다보니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제법 보였다. 점심 장사를 마친 음식점과 막 문을 연 자그마한 카페 사이로 멋을 낸 20~30대들이 삼삼오오 몰려 다녔다. 공릉역 상권에 들어선 베이커리와 카페, 맛집을 찾아온 것이다. 산책로 곳곳에 있는 의자에서 사진을 찍거나 대화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마치 마포구 연남동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땅집고] 지난 3월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경춘선숲길을 찾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김서경 기자


■동네 주민 산책로에서 2030 성지로 변신 중

서울 노원구 공릉동 경춘선숲길을 따라 형성된 공릉동 상권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노원구 최대 전통시장인 도깨비시장 외에 특별할 게 없던 곳이었다. 주 이용객도 전통시장을 선호하는 중장년층이 많았고, 상권이라고는 세탁소나 미용실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업종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산책로를 따라 특색있는 카페와 맛집들이 부쩍 늘면서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인근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육군사관학교 등이 있어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핫플’을 주도하는 2030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폐철길 산책로를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연트럴파크(연남동 센트럴파크)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제부턴가 공릉역 일대가 '공트럴파크' '공리단길'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땅집고] 서울 노원구 공릉동 경춘선숲길 위치. /임금진 기자


연남동이 홍대 상권을 등에 업고 성장한 것과 달리, 이곳은 독자 노선을 개척해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릉역 상권은 경춘선 폐선부지를 활용한 철길 공원을 따라 카페거리가 형성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여기에는 자갈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 쉼터 등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려는 가족 단위는 물론, 친구, 연인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동인구의 연령층이 넓고 다양하다.

■ MZ세대 겨냥한 업종 유입 한창…임대료 상승 중

‘공리단길’ 상가 1층에는 소규모 개인 카페나 음식점이 많았다. 최근에는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나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가게와 무인 셀프사진관이 제법 들어섰다. 한 셀프사진관 앞에는 개업을 축하하는 화환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숲길 바로 옆에서는 신축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존 건물을 헐고 상가주택으로 짓는 것이라고 했다. 경춘선 숲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학가지만, 방학 여부에 상관없이 유동인구가 제법 있어 투자나 창업 수요가 몇 년째 꾸준하다”고 귀띔했다.

[땅집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공트럴파크 관련 게시물은 11만개가 훌쩍 넘는다. /김서경 기자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공릉1, 2동 임대료 상승률은 지난 5년간 서울시 평균보다 높았다. 공릉1동에 비해 공릉2동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공릉2동의 3.3㎡당 생활밀접업종(외식업ㆍ서비스업ㆍ소매업) 월환산임대료는 2021년 9만7950원에서 지난해 12만4654원으로 30%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공릉1동은 8만5851원에서 9만7539원으로 13% 올랐다. 서울시 평균은 12만8541원에서 13만9927원으로, 8.8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공릉동은 경춘선 숲길을 기점으로 공릉1, 2동이 나눠진다. 공릉1동의 경우 공릉2동보다 주거지 비중이 높아서 경춘선 숲길 인근이 아닌 일반 주거지역 임대료 시세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공릉2동은 경춘선 숲길을 제외하면 아파트와 학교, 산 등이 대부분이다.

[땅집고] 3.3㎡당 월환산임대료 상승률. /김서경 기자


■“매물 적고 권리금 비싸”…10평 카페가 7000만원

창업 문의가 늘고 있지만 현재는 매물이 적고 권리금이 비싸게 형성돼 거래는 활발하지 않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적고 임대료와 권리금도 제법 올랐다”며 “규모가 작아도 권리금은 일단 7000만~8000만원은 잡아야 한다”고 했다. 경춘선숲길 메인 상권에 있는 35.2㎡(10평) 카페 매물 권리금은 약 7000만원이다.

투자 수요 역시 가격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공릉동에서 사고 팔린 상업·업무시설은 51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26건)이었다. 철길 바로 옆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5~6년 전부터 젊은 층 유입이 늘어나면서 시세가 뛰었다”면서 “매물 가격이 비싸게 나오는 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트럴파크’ 상권이 더 활기를 띠려면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지혜 STS개발 상무는 “공릉동 일대는 산책로를 따라 카페가 조성되면서 상권이 성장했다”며 “중랑천 장미축제나 벚꽃축제가 열린다면 나들이객 집객 효과로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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