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위례신도시 유일한 전철인 서울 지하철 8호선 남위례역이 개통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주변 상권은 대규모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례신도시 핵심 교통망으로 꼽히는 위례신사선도 계획 발표 후 15년째 착공하지 못해 주변 상가 분양가와 월세만 잔뜩 올려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수정구, 하남시 학암동에 걸쳐 있는 2기 신도시로 수도권 인기 주거지역으로 꼽힌다.

■ 평당 임대료 27만원 넘기도…건대입구역 상권과 비슷

남위례역 3번 출구 앞 ‘엘포트몰’은 지상 20층 오피스텔로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가 상업시설이다. 2층과4층 일부 상업시설을 제외하고 전층이 공실이다. 최근 2층에 생활용품판매점 다이소가 입점했지만 1~4층 전체 호실 가운데 50% 이상이 텅 비어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엘포트몰은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1층 전용 24평 기준으로 보증금 1억 1000만원에 월세가 670만원이다. 평당 임대료는 약 27만원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먹자골목에 있는 근생빌딩 1층 전용면적 20평 점포 월세가 600만원으로 평당 임대료가 30만원이다.

남위례역 인근 주상복합 상가인 '퍼스트푸르지오시티 복합상가', 'KCC웰츠타워' 상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건물 1층 상가 유리창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022년 4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남위례역이 속하는 서울 잠실과 송파권 공실률은 6.7%로, 서울 평균인 6.2%를 웃돌았다. 위례신도시가 인접한 하남 구도심 공실률도 10.3%로 경기도 평균인 6.3%를 넘는다.

퍼스트푸르지오시티 등은 1층 점포 평당 분양가가 8300만원 정도다. 임대료는 1층 전용면적 10평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50만원이다. 전용면적 기준 평당 임대료가 25만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위례신도시 상가 대규모 공실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와 배후 수요 대비 과잉 공급을 지적한다. 남위례역 인근 상권은 오피스텔 거주자들이 주 이용객이다. 그런데 남위례역 인근 주거시설은 남위례역 아이파크 319가구, 남위례역 푸르지오시티 434가구, 위례엘포트 한라비발디 412가구 등 1100여 가구이다, 반면 해당 주상복합 오피스텔에 포함된 상가만 500여개가 넘는다.

■위례신사선 기대감에 분양가·월세만 올라

위례중앙광장에 있는 위례중앙타워는 지하 5층~지상 13층 복합쇼핑몰로 겉보기엔 공실이 많지 않다. 1층에 4개 정도 공실이 있고, 다른 층에는 공실이 거의 없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위례중앙타워는 경전철 위례신사선 개통 호재를 반영해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는 바람에 8년 넘게 공실에 시달리고 있다. 이 상가는 1층 전용면적 13평 기준 분양가가 12억 5000만원에서 많게는16억원이다. 평당 분양가가 9000만~1억원이다. 분양가격이 높다보니 월세가 비쌌고 임차인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다. 위례중앙타워 1층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임대료는 계속 올랐는데 매출이 늘지 않아 임대료 내기도 어려워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위례중앙타워는 2019년 공실률이 30~40%까지 치솟자 파격적인 임대료 할인으로 입점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후 공실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위례신사선 착공이 가까워진다는 소식에 임대료가 또 다시 올랐다. 현재는 1층 전용면적 13평이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가 350만원이다. 전용면적 기준 평당 임대료가 27만원 수준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금리가 많이 올라 임대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위례신사선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임대료만 높아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위례신사선 착공은 2023년 말에서 2024년으로 연기됐다. 개통 시점도 2028년보다 더 늦춰질 전망이다. 2008년부터 추진한 사업이지만 15년째인 올해도 지지부진하다. 역이 없는데 역세권 프리미엄을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15년째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김종율 보보스연구소 대표는 “배후 주거단지의 주동선에서 벗어난 택지개발지구 역세권 상가의 경우 구매력에 한계가 있다”며 “역이 생겨도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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