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전국적으로 ‘미분양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선 경기 평택시 미분양 증가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공식 통계에서 경기지역 미분양 1위에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부동산 상승기 때 평택시 아파트는 인기 상한가였다. 평택시 아파트 분양가가 전용 84㎡(34평) 기준 3억~4억원대로 수도권에서도 저렴한 편이었고,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까지 끼고 있어 추후 시세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평택시에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분양가를 낮추고 ‘삼성 효과’를 내세워도 청약 수요자들을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미분양 증가세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불안해 하는 분위기다.
■평택시, 경기권 미분양 1위 오명…새 택지지구마다 분양 쏟아진 탓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말 공개한 ‘2023년 1월 주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총 8052가구다. 1년 전 855가구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842%(7197가구)나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평택시에서 미분양된 아파트가 1684가구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권 전체 미분양의 21% 정도를 차지한다.
평택시가 ‘경기권 미분양 1위’ 오명을 쓴 것은 현재 부동산 경기와 무관치 않다. 집값 고점 인식 확산과 고금리 부담에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분양에 나선 새아파트마다 줄줄이 미분양이 터지고 있는 것. 특히 평택은 경기 과천·안양 등 ‘서울 옆세권’으로 통하는 수도권 핵심지와 비교하면 외곽 입지에 속해, 미분양 압력을 더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평택시의 경우 지역 곳곳에 굵직한 택지지구 개발이 이뤄지면서 새아파트가 적정 수요 이상으로 공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신규 택지지구인 화양지구에서 미분양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화양지구는 평택시 서쪽 입지인 현덕면 화양리 일대 279만여㎡를 개발하는 미니신도시급 사업지다. 아파트 2만가구, 인구 5만명 규모로, 2021년 첫 아파트 분양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화양지구에 분양한 아파트 대부분은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다. 그런데도 단지마다 미분양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화건설이 지난해 10월 분양한 ‘포레나 평택 화양’(995가구), DL건설이 지난해 7월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1063가구) 등이 지금까지 미분양 아파트로 남아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가까운 곳에 개발한 택지에서도 미분양이 터졌다. 약 23만㎡ 규모 석정근린공원을 개발한 부지에 화성산업이 총 1296가구를 공급하는 ‘평택석정공원 화성파크드림’은 지난해 10월 분양 공고를 냈지만 아직까지도 집주인을 다 찾지 못했다.
■평택시 집값, 최소 2025년까지 하락세 지속할 듯
현지에서는 이렇게 미분양이 쌓이면 결국 집값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실제 실거래가 하락세로 확인되고 있다. 84㎡ 기준으로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이 2021년 9월 9억8000만원에서 올해 2월 5억9500만원으로, 같은 기간 ‘고덕국제신도시 풍경채 더퍼스트’가 9억2700만원에서 6억1000만원으로 3억~4억원 가량 수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평택시가 미분양 증가와 집값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직도 평택시 곳곳의 택지개발지에 분양을 앞둔 단지가 대거 남아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총 1571가구 규모 대단지인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1554가구), ‘고덕자이센트로’(569가구) 등의 공급이 예정돼 있다.
고덕신도시에 2~3년 전 분양했던 단지들이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는 등 2025년까지 적정 수요를 웃도는 입주 물량도 평택시 집값엔 악재가 될 수 있다.
다만 평택시가 삼성전자 등 산업단지 근무 인력을 배후수요로 갖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평택시가 자족도시 기능을 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안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연구소장은 “평택시 인구가 현재 56만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100만명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며 “실수요자나 투자자 입장에선 집값이 낮아지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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