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인근 주택가 골목길에 디자인회사 닷츠(DOTS) 사옥이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언뜻보기엔 주변 주택과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원래 낡은 다가구주택이었는데 2019년 사무실과 점포 용도로 리모델링을 마쳐 외관이 깔끔한 정도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건물 한복판에 지하 1층에서 옥상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너비 1.15m 대형 유리 커튼월(비내력 벽체)을 끼워넣은 것. 커튼월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다. 바닥도 유리로 마감해 아래에서 올려다면 하늘이 보인다. 양끝에는 계단을 만들어 층간 이동이 가능하다. 현재 지하 1층과 지상2~3층은 닷츠 사옥으로 쓰고 지상 1층에는 카페가 영업 중이다. 이 건물을 디자인한 원유민 JY아키텍츠 대표는 “유리 커튼월을 통해 시각적으로 열려있고 개방감을 극대화해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낡은 주택이 매력적인 건물로 재탄생해 매수 희망자도 나타났다”고 했다.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로 임대 수익률이 떨어져 고민에 빠진 건물주가 적지 않다. 노후 건물은 수요가 적어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문제는 기존 건물을 헐고 새로 짓고 싶어도 건축비가 크게 올라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것.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고 공사기간도 짧은 리모델링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땅집고가 오는 23일 ‘사례와 현장 스터디로 배우는 건물 리모델링’ 과정 1기 개강을 앞두고 원 대표를 만나 리모델링 장점과 시공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지하층 효율적 활용…신축보다 규제 적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상업시설 ‘웨이브’(Wave)는 리모델링 덕분에 지하층을 사실상 공짜로 얻게 됐다. 현행 법상 지하층을 서비스 면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지하 층고의 절반 이상이 땅속에 파묻혀 있어야 한다. 웨이브 건물은 지하층 높이가 3m, 땅속에 파묻힌 높이는 1.2m다. 신축 건물이었다면 지하층을 용적율 계산시 연면적에 포함해야 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이런 규제가 없어 지하층이 연면적에서 빠졌다. 게다가 1.8m는 지상으로 드러나 있어 지하층을 1층처럼 쓰고 있다.
웨이브 건물은 주차공간 확보 측면에서도 리모델링 덕을 봤다. 신축했다면 주차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야 했는데 리모델링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덕분에 1층에 임차수요가 많은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업종을 입점시킬 수 있었다. 원 대표는 “리모델링은 까다로운 건축 법규를 피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신축보다 상대적으로 임대 가능 공간이 늘어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외관을 변형할 때에는 시·군·구 조례를 따라야 한다. 웨이브 건물도 서울 성동구의 지구단위계획에 맞춰 건물 외관을 붉은색 벽돌로 마감해야 했다.
◇ 건축비 급상승, 공사비 획기적으로 줄이는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신축 비용은 절대적인 하한선이 정해져 있다. 리모델링은 건축주가 원하는 예산 범위 안에서 가능하다. 최근 2~3년 사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동시에 상승해 아파트 건축비 뿐 아니라 근생 빌딩 건축비도 신축 기준으로 3.3㎡당 1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상 3층에 연면적 264㎡(80평)짜리 건물을 짓는데 8억원쯤 필요하다. 지하1층~지상 3층에 연면적 299.55㎡ 규모인 웨이브 건물은 외부 마감재까지 변경했는데 5억원쯤 들었다. 신축보다 3억원쯤 덜 든 셈이다. 원 대표는 “비슷한 규모의 건물에서 내부 마감재만 교체한다면 3억원 안팎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리모델링은 변수가 많아 예산과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우선 공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신축할 때에는 날씨 변수를 제외하면 골조와 마감 공사 기간을 예측할 수 있다. 리모델링 공사는 철거와 철골을 쌓는 과정을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은 철골을 쌓는 과정에서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리모델링하는 부분에 내진 설계도 해야 한다. 공기가 길어지면 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상치 못한 하자 발생 가능성도 있다. 원 대표는 “화장실은 배관이 오래돼 누수 위험이 있는데 마감재에 가려져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배관 공사를 해야 해 공사비가 또 늘어난다”고 했다.
<'사례와 현장스터디로 배우는 건물 리모델링' 1기 수강생 모집>
[땅집고]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끼고 꼬마빌딩을 매입한 건물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을 통해 노후된 건물의 가치와 수익률을 높이려는 건축주들이 늘고 있다.
많은 건축주들이 리모델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신축 보다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도 아낄 수 있어서다. 보통 2~3개월 걸리는 건축심의를 생략할 수 있고, 공사비는 신축의 80% 수준으로 저렴하다. 그렇다고 리모델링이 신축 보다 더 쉽다는 것은 아니다.
건물을 리모델링 하기 위해서는 꼼꼼히 따져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법적인 문제와 인허가 과정은 물론이고 리모델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최대한 줄이되 수익률은 극대화 하는 전략도 매우 중요하다.
땅집고가 주관하는 '사례와 현장스터디로 배우는 건물리모델링 1기' 교육 과정이 3월23일 개강한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수익률이 낮은 꼬마빌딩을 대상으로 수익률 증대를 위한 건물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강의는 케이스 스터디 위주로 구성하며, 수강회원들이 다양한 리모델링 사례를 참고해 각자의 자산에 적용가능한 실질적 해법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강의는 현장스터디 3회와 이론 강의 4회 등 총 7강으로 구성한다. 첫 강의에선 원유민 JY아키텍츠 소장이 다세대·다가구를 상업시설로 리모델링을 주제로 강의한다. 원 소장은 두번째 강의에서 다세대 주택을 오피스로 전환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현장 방문을 진행한다. 김영배 드로잉웍스 소장은 단독주택을 상업시설로 리모델링 방법을 소개하고 주택을 공유 공간으로 활용 중인 서울 성북구 성북동 현장 방문을 맡았다.
김상언 에스엔 소장은 낡은 상업건물을 문화시설로 리모델링한 사례를 소개하고 혜화동 현장을 방문해 현장 스터디도 진행한다. 강훈 JD건축 부장은 리모델링공사 사례를 소개하고 하자 방지를 위한 체크포인트를 주제로 강의한다.
수강료는 160만원이며, 사전 예약하면 10만원 할인한다. 강의 장소는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21길 22, 태성빌딩 2층 땅집고 아카데미 교육장이다. 수강 신청은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에서 하면 된다. 문의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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