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하이엔드입니다" 분양가 하늘 찌르더니…이젠 미분양·마피 폭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3.07 07:46 수정 2023.03.07 10:25
[땅집고]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투자 수요가 오피스텔에 쏠리면서 외관, 디자인, 시설 등을 고급화한 하이엔드 오피스텔이 줄줄이 분양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조선DB


[땅집고]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엘루크 반포’. 총 84실짜리 이른바 하이엔드(High-end·최고급) 오피스텔이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33㎡(이하 전용면적) 분양권이 7억425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분양가 대비 무려 1억원 낮다. 방 한 칸짜리 37㎡ 분양가가 13억5000만원인 강남구 역삼동 ‘더 포엠 역삼’(총 98실)은 2021년 11월 첫 분양에 나섰지만 1년4개월이 넘도록 집주인을 다 찾지 못한 상태다.

2020년대 들어 서울 강남권에 우후죽순 공급했던 분양가 10억원 넘는 이른바 ‘하이엔드’(High-end·최고급) 오피스텔이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미분양이 늘어나고 입주를 앞둔 단지에선 속칭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분양가보다 싼 매물이 줄을 잇고 있다.

■미분양·마피 속출…하이엔드 오피스텔 인기 시들

하이엔드 오피스텔 분양이 본격화한 것은 집값 상승기인 2020~2021년 무렵이다. 당시 서울 강남권 자투리 땅에 분양하는 하이엔드 오피스텔이 유독 많았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수요자들이 대체재로 오피스텔을 찾자, ‘강남 입지’를 내세우며 외관 디자인이나 내부 설계를 차별화한 고급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주로 현금 부자들이 타깃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주택 규제 정책을 펼치던 때라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청약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오피스텔에 투자 수요가 몰렸던 것.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서울에서도 분양권을 전매해 차익을 챙기는 것이 가능했다.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해 급격히 부자가 된 ‘영 리치’(young rich·젊은 부자) 선호도가 높았다.

[땅집고] 현재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는 서울 강남권 일대 하이엔드 오피스텔 단지들. /이지은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이엔드 오피스텔 인기가 급격히 시들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주택 규제를 대부분 풀어 오피스텔을 사야 할 이유가 줄어든데다 고분양가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현행 법상 오피스텔은 분양률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미분양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업계에선 지난해 분양을 시작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대부분이 계약률 30% 이하일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총 63실 규모로 짓는 ‘강남 헤븐리치 더 837’은 지난해 4월부터 분양했는데 아직까지 분양 홍보 중이다.

이미 입주했거나 입주를 코앞에 둔 단지에선 웃돈은 고사하고 속칭 ‘무(無)피’나 ‘마피’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들어서는 ‘루시아도산208’ 52㎡ 호가는 22억975만원으로 분양가보다 1억원 낮은 금액에 매물로 나와 있다.

■자금난에 사업부지 공매…개발 계획 바꾸기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뒤늦게 하이엔드 오피스텔 개발에 뛰어든 디벨로퍼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루시아홀딩스가 3.3㎡당 2억원대 분양을 추진했던 강남구 청담동 ‘루시아 청담 514 더 테라스’는 지난달 사업 부지가 공매로 넘어갔다. 루시아홀딩스가 땅을 담보로 1520억원을 빌렸는데, 지난해 12월 만기였던 원리금(브릿지론) 상환에 실패하자 대주단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땅 매각에 나선 것이다.

[땅집고] 부동산 시행사인 아스터그룹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 보유하던 부지에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지으려다 업무용 오피스로 개발 계획을 선회했다. /네이버 거리뷰


당초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지으려던 일부 시행사는 개발 방향을 바꾸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아스터그룹은 강남구 역삼동 일대 보유 부지에 지상 20층 오피스텔 대신 업무용 오피스를 짓기 위해 용도 변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강남권에 하이엔드 오피스텔이 과잉 공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디벨로퍼는 “너도나도 하이엔드라고 홍보하니 하이엔드 의미가 퇴색하면서 부유층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작은 땅에 짓다보니 호실당 면적이 너무 작고 옆 건물과 붙어 조망에 문제가 있는 등 상품성이 낮은 하이엔드 오피스텔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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