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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망했다" 절반이 텅텅…살아날 기미 안 보이는 청라 상권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3.03.06 13:55
[땅집고]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상가건물 1층이 공실로 비어있다./강태민 기자


[땅집고] 3일 찾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커낼웨이에 있는 한 상가 건물. 지하 3층~지상 6층, 연 면적 약 2만평으로 청라에서 가장 큰 상가 건물 중 하나다. 2018년 2월 개점 당시 청라 중심상권에 위치해 청라 대표 원스톱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공실률은 60%에 달하고, 남은 상인들마저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1, 2층 점포 수는 130여개다. 이중 80곳이 현재 공실이다. 빈 상가 곳곳엔 임대 문의가 붙어있고, 중개수수료를 반값에 해주겠다는 홍보문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인들은 3층에 메인 테넌트인 CGV가 입점했지만 공실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자리에서 5년째 안경점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보증금 1억원을 다 까먹고, 4월에 폐업을 할 예정이다”며 “이 건물에 많은 임차인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평 규모 상가 월 임대료만 300만원 넘게 내고 있다. 여기에 평당 5~6만원 수준인 관리비도 월에 100만원씩 낸다. 이 건물 평당 분양가는 6000만~7000만원이다. 점포당 분양가는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아직 팔리지 않은 법인 소유 상가 물량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값비싸게 분양한 탓에 임대료가 높게 책정된 점이 공실이 많은 원인으로 꼽힌다.

[땅집고] 청라커낼웨이 한 상가 건물 60%가 공실이다.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오가는 손님은 30명이 채 안 된다./박기홍 기자



청라 커낼웨이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중앙을 관통하는 수변공원이다. 청라 수변공원을 따라 동쪽부터 서쪽까지 총 길이가 4.5km에 달한다. 중심 상권은 지하철 7호선 역세권 반경 150m 구간이다. 이 일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공실 폭탄이다. 물길을 따라 비어있는 곳이 대다수다.

청라 커낼웨이 대표 상권 중 한 곳인 커낼 에비뉴 상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부 공실 문제가 해소되는 듯 했으나 코로나 이후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간판이 붙어있지만 영업은 중단된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용 13평 상가 보증금은 2000만~3000만원, 월 임대료는 200만원 안팎이다. 인건비와 전기 요금 등을 생각하면 문을 닫는 게 오히려 이익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공실이 많은데도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당 6000만원에 분양이 이뤄져, 수익률을 따졌을 때 임대료를 쉽게 낮출 수 없다는 것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재계약시 5% 상한선 제한으로 인해 한번 임대료를 낮추면 임대료를 다시 올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청라동 J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영업을 하지 않지만, 간판도 철거하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냥 두는 거다”며 “근본적으로는 상가를 많이 분양한 게 문제고, 고분양가 탓에 임대료가 비싸서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 대비 과다 공급을 공실 폭탄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상가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인천은 오히려 3778개에서 4999개로 크게 늘었다. 청라·검단 등 신도시가 위치한 서구의 근린상가 입주 물량이 늘면서 2005년(5577개) 이후 최다 물량이 공급됐다. 특히, 청라는 2019~2021년 코로나 전후로 점포 수가 급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 해 평균 400개 점포가 입점한 청라에는 2019년 943개, 2021년 606개 점포가 들어섰다.

[땅집고] 인천 서구 청라동 연도별 입주 점포수 추이.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상가 수가 크게 늘었다./그래픽=임금진


청라 수변공원 일대 아파트는 입주를 모두 마친 상태라 배후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낮다. 현재 청라국제도시 인구는 11만명에 육박한다. 계획 인구 수인 9만8000명보다 1만 명 늘었는데도 상가 시장은 암울하다.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공실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주거 대비 상가가 너무 많이 공급돼 희소가치가 떨어졌다”며 “공급이 많은 상황 임에도 고분양가에 상가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수익률을 고려해 임대료를 높게 받으려고 하니 악재가 쌓이는 형국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이 개통하고 청라 돔구장과 스타필드가 개관하는 2027년이 되면 상권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청라 돔구장이나 스타필드 일대는 커낼웨이로부터 2.5km가량 떨어져 있어 동일한 상권으로 묶기가 어렵다. 7호선 교통 호재를 앞세워 상가 홍보를 하고 있지만, 청라 상권에 정통한 이들은 지하철 개통 후 오히려 기존 수요마저 뺏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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