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급매 싹~ 사라졌어요"…집값 속절없이 추락하던 송파구의 반전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3.06 05:49

[땅집고] 지난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가운데 집값 낙폭이 가장 컸던 송파구가 최근들어 거래량이 늘고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해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강남에선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진데다 대출규제 완화까지 이뤄지면서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하락 거래가 뒤섞여 있고, 집값이 완전히 회복된 수준은 아니어서 반등을 속단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땅집고] 최근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저점보다 높게 거래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전경. /오종찬 기자


■ “급매물이 싹 사라졌어요”…거래량 늘고 집값도 뛰고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파구는 지난해 1년간 아파트값이 -8.98% 떨어졌다. 10억원짜리 아파트가 9억원대 초반으로 하락한 것이다. 같은 강남3구인 강남구(-4.66%), 서초구(-2.80)에 비해 2~3배 넘게 하락폭이 컸다. 이는 강남3구뿐만 아닌 서울 한강 이남권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업계에선 송파구를 두고 “강남이 맞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2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송파구는 -0.02% 변동해 서울 25개구 중 하락폭이 가장 작았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이 -0.24%였고, 강남이 -0.14%, 서초는 -0.09%를 기록했다.

[땅집고] 송파구는 지난해 1년간 서울 강남을 비롯하 한강 이남 지역 중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최근 주간 변동률은 서울에서 가장 낮은 낙폭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거래량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2월 동안 송파구 아파트는 283건 거래돼 서울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았다. 지난 한해 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은 월 100건을 넘긴 적이 없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이하 전용면적)는 최근 18억9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5억8000만원에 손바뀜해 저점이었던 가격보다 3억원 상승했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같은 주택형도 16억3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2월 13억4000만원보다 2억원쯤 올랐다.

신천동 ‘파크리오’의 경우 84㎡가 올들어서 가장 높은 가격인 18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월 22억원에 거래된 것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작년 12월 16억8000만원까지 내려간 것과 비교하면 가격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19억원까지 하락했던 잠실동 ‘잠실 엘스’ 같은 주택형은 지난달 21억4500만원에 팔렸다.

이은숙 송파구 가락동 1번지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헬리오시티의 경우 20억원 넘던 집값이 16억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급매물이 나왔는데, 하락폭이 크다보니 어느 순간 저렴한 가격대에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가 급증했다”며 “최근 대출 규제도 완화해 매수심리가 더 커진 것 같다, 손님 방문도 많아졌고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은 더 오르고 있다”고 했다.

■ “가격 반등으로 보긴 일러…반짝 반등에 그칠 것”

같은 송파구지만, 아파트 가격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곳도 있다. 잠실주공 5단지 81㎡는 지난달 22억7600만원(5층)에 팔려 하락세가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같은 단지 82㎡(11층)는 지난달 6일 25억600만원에 매매돼 한달만에 3억원 올랐다. 잠실동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실거주 목적 이외의 거래는 제한된다.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이건 규제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집값 상승과 하락이 반복하는 모양새다.

송파 부동산 시장이 저점을 찍고 반등으로 돌아섰다고 속단하는 전문가들은 없다. 지금의 거래 대부분이 급매물이 소진되는 일시적인 반등이라는 점, 금리와 물가 등 불확실한 경제 여건, 올해 강남권에 몰려 있는 공급 과잉 등 집값에 긍정적인 요인보다 악재가 더 많기 때문이다.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 소장은 “송파구는 강남·서초 지역과 달리 중소형 주택이 많고,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자 수요가 더 많은 편으로 지난해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최근들어 급매물 위주로 소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가격이 더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양 소장은 “강남에 올해 입주 물량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영향도 크고 금리도 현재는 동결됐지만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 가격 회복 흐름이 끊기고, 수요가 다시 움츠러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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